[MT시평]글로벌 금융위기, 그 이후

최희갑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2009.08.06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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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글로벌 금융위기, 그 이후


경기침체의 그늘이 하나 둘씩 걷혀가고 있다. 소비자나 기업의 심리지표와 경기선행지수에서 시작되었던 경기회복의 강한 신호가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로 조금 미흡하지만 마침내 확인되었다.

막연한 기대가 사실로 확인되면서 다시 경기회복의 기대심리가 더욱 강해지는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지나치게 두드러진 주택시장과 주식시장은 버블을 우려할 정도로 거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각국의 출구 전략, 즉 유동성 회수 등으로 더블 딥이나 W자형 회복의 우려를 말하지만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최악의 상황으로는 치닫지 않았지만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의 위력은 작지 않았다.

미국이나 유럽 그리고 일본 등이 적어도 올해 말까지 적극적인 출구전략을 시행하기에는 각국의 사정이 우리만큼 여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3분기로 접어들면 새로운 요인이 가세한다. 2분기까지 사실 많은 국민들이 우리 경제의 회복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실적이 확인된 이상 자기 충족적 예언에 따른 효과가 발생한다. 아울러 환율절상에 따른 어려움도 있지만 그 동안의 구조조정 효과도 작지 않기 때문에 기업 수익전망도 나쁘지 않다.

마지막으로 작년 3/4분기의 성장률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요인이 낳는 착시효과도 작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결론적으로 적어도 연말까지 한국경제는 좀더 좋은 소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좀 더 길게 보아도 그리 나쁘지 않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오랫동안 한국경제를 괴롭혔던 고질적인 문제 두 가지를 해소하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그 첫째는 끊임없이 반복되며 우리를 불안으로 몰아넣었던 이른바 ‘경제위기설’로부터 숨을 돌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대공황을 제외하곤 유례를 찾기 힘든 글로벌 금융위기의 과정에서 그렇게 우려하던 ‘제 2의 위기’는 없었다. 물론 은행부문의 유동성 문제와 정책당국의 대응방식에는 적지 않은 숙제를 남겨주었지만 당초 우려했던 수준은 아니었음도 분명하다.

두 번째는 외환위기의 본질이 외환유동성 위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외환위기의 거의 모든 멍에를 뒤집어썼던 기업부문이 홀가분해졌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우리의 주력 기업들이 국민경제에 큰 해를 끼치지 않았을 뿐더러 부분적으로 주요 시장에서는 신선한 충격을 줄 정도로 선전했다.



많은 사람들이 정부예산의 조기집행과 자동차 교체에 대한 세제혜택이 착시적인 2분기 경제성장률을 만들어냈다고 하지만, 주력기업들의 선전이 없었다면 가계나 기업의 낙관적인 태도는 생겨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더 나아가 글로벌 금융위기는 뜻밖의 것을 선물(?)했다. 우리 기업들이 이제 외환위기의 멍에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기회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기업부문 특히 주력기업들의 보수적 경영태도가 마침내 완화되는 전기가 마련되었다.

더불어 그 동안 유지보수 투자나 핵심적인 연구개발투자로 머물던 기업투자에는 지금까지와는 완연히 다른 모습을 예상할 수 있다고 해도 그리 과장스런 표현은 아니라 보인다.



‘출구 전략’(Exit Strategy)이 자주 논의된다. 언제부터 우리에게 이렇게 수동적인 어법이 생겨났는지 모르겠지만, 논의를 더 확대해 새로운 국민경제전략을 도모할 시기임에는 분명하다.

지금 세계 경제는 어떠한가?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 모두 금융과 실물 부문에서 발목이 잡혀있다. 상대적으로 우리는 자유롭고 주력기업도 건강하다. 오랜만에 찾아온 새로운 도약의 창이 잠시 우리에게 열렸다. 언제 우리에게 다시 이런 기회가 올 것인가? 기업과 정부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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