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투자자들의 '잠 못 드는 밤'

머니위크 김부원 기자 2009.08.0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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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환매 전 체크 포인트

펀드투자자 K씨는 지난 2006년 8월부터 한 그룹주펀드에 매달 50만원씩 불입하고 있다. 원금 1100만원이 된 후 불입을 중지한 그는 최근 수익률을 확인해보니 17%의 수익을 올렸다. K씨는 이 펀드에서 일단 200만원을 환매했다.

지난해 가입한 K씨의 또 다른 두개의 펀드도 현재 수익률 15%와 20%를 기록 중이다. 펀드로 수익을 올린 것은 기쁘지만 K씨는 나름대로 고민이 생겼다. 이 시점에서 펀드를 환매해야 할 지 좀 더 기다려야 할 지 결정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P씨 역시 펀드 환매에 대해 고민 중이다. P씨는 주식시장이 한창 강세일 때 2500만원을 펀드에 넣었지만 현재 이 펀드의 수익률은 -18%.

며칠 후 한국에 잠시 들어올 계획인 P씨는 펀드를 환매해야 할 지 그대로 두어야 할 지 결정을 못하고 있다. 또 P씨는 주식투자 경험이 없지만 펀드를 환매해 주식으로 갈아타는 것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올해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펀드 환매가 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펀드 투자자들은 어느 시점에서 펀드를 환매하는 것이 적절한 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펀드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나름대로 펀드 환매의 목적, 목표 수익률, 포트폴리오 등을 확립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환매 목적이 무엇인가


투자자들이 펀드를 환매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반토막 났던 펀드가 조금씩 살아나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둘러 펀드를 환매하거나 원금을 모두 회복한 것에 만족하며 펀드를 환매하기도 한다. 물론 일정 부분 수익을 올린 후 펀드를 환매하는 경우도 있다. 또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주식 직접투자로 투자처를 바꾸기 위해 펀드를 환매하는 투자자들도 많다.



그나마 K씨는 일정 부분 수익을 올렸지만 P씨는 손실을 입었기 때문에 환매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특히 P씨는 펀드 자금을 주식으로 옮길 것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P씨는 펀드 환매에 앞서 자신이 주식투자에 적합한 투자 성향과 최소한의 지식을 가졌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경덕 하나대투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주가 지수가 급등하면서 많은 펀드 투자자들이 주식투자로 돌아서고 있지만 주식투자의 리스크를 염두에 두지 않은 투자자들도 많다" 며 "시장의 분위기에 휩쓸려 펀드를 환매하고 투자처를 옮기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펀드에 투자한 자금의 용도 및 사용 시기 등도 확실해야 한다. 펀드에 투자한 자금이 말 그대로 여유자금인지 아니면 결혼 등 특별한 목적으로 일정 시기에 사용해야 할 자금인지 등에 따라 나름대로 환매 여부 및 시기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 - 목표치 세워라

펀드 환매의 목적과 기준을 세우는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수익 및 손실 목표치를 설정하는 것이다. 자신이 감내할 수 있는 손실은 어디까지인지 또 어느 수준의 수익을 올렸을 때 과감히 환매할 것인지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K씨 역시 투자한 펀드가 모두 수익을 올렸지만 자신만의 목표 수익률이 확실치 않기 때문에 환매를 결정 못하는 경우에 속한다.



서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하반기 펀드에 가입했던 투자자들은 현재 어느 정도 수익을 올렸겠지만, 2007년 지수가 고점일 당시 가입했던 투자자들은 여전히 원금을 회복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며 "현재 수익률에만 연연하지 말고 자신이 펀드에 가입했던 시점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라

여러 개의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라면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투자의 분산효과를 높이는 차원에서 일부 펀드를 먼저 환매하면 되기 때문이다.



김후정 동양종금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펀드를 환매해야 할 지 고민된다면 과도하게 투자한 펀드를 일정 부분 정리하는 것도 좋다"며 "특정 국가나 특정 섹터 등 지나치게 투자 비중이 큰 펀드는 과감히 환매하거나 다른 펀드로 갈아타 분산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유망한 펀드와 상승 여력이 약한 펀드를 구분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컨대 올 상반기는 중소형주가 강세를 보인 반면 하반기는 대형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먼저 환매할 펀드를 선별하는 것이다.

◆부분환매 이용하라



하나의 펀드에서 부분환매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바로 K씨가 원금 1100만원을 불입해 17%의 수익을 올린 펀드에서 200만원만 환매한 방식이다.

서 애널리스트는 "주식형펀드에서 원금을 모두 환매할 수 있지만 일정 부분만 환매할 수도 있다"며 "상승 여지가 더 있다고 예상되면 부분환매를 이용해서 환매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흔히 상승장에선 부분환매, 하락장에선 분할매수 하는 것이 유용한 투자전략이란 설명이다.

물론 투자자가 부담할 환매수수료도 따져봐야 한다.



김 애널리스트는 "펀드 투자 후 30일 또는 90일 미만 등의 기준에 따라 환매수수료가 부과되므로 수수료를 감당할 것인지도 생각해야 한다"며 "가입 시점이 아닌 현금을 입금할 시점이 기준이란 사실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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