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펀드판매 기지개 켜나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2009.08.0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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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 시행 6개월, 펀드 창구 북적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지 6개월째인 4일 오후, 서울 명동에 위치한 한 시중은행의 펀드 판매 창구는 고객들로 북적거렸다. 3명의 펀드 담당 직원이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기다리는 고객 수는 좀처럼 줄지 않았다.

직원에게 펀드 가입자가 늘었냐고 묻자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최근 찾아오는 고객 가운데 환매 희망 고객 비중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그는 "오랫동안 묵혀뒀던 펀드가 플러스 수익률로 전환하자 환매하겠다는 고객이 많다"며 "그나마 최근 신규 가입 희망자가 늘어나는 분위기라 다행"이라고 말했다.



◇"주가 내려도 올라도…"=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지난 2월 4일, 은행의 펀드 판매 창구는 한산하다 못해 썰렁했다. 창구 직원이 "손님이 너무 없어 민망할 지경"이라고 호소할 정도였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고객들의 투자성향을 조사해 그 결과에 따라 펀드를 권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1시간 가까이 소요되고 고객 대부분이 주식형펀드 가입을 권할 수 없는 1~3 등급을 받은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펀드 가입 권유를 어느 수준까지 해야 할 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창구 모니터링이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는 부담감까지 더해져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펀드 판매에 소극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렁였던 증시도 펀드 판매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초 증시가 약세일 때는 가입과 환매 모두 뜸하다가, 주가가 회복되자 환매만 느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4일 1195.37을 기록했던 코스피 지수는 6개월 만에 1566.37(4일 종가)까지 상승했다.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개 시중은행의 수익증권 판매 잔액은 지난 1월말 70조 274억원에서 7월말 81조 1147억원으로 불어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가가 오르면서 잔액이 늘어난 것"이라며 "상승분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펀드 잔액은 줄었다"고 해석했다.


◇"은행서 펀드 가입할 때?"= 자본시장법 시행에 증시마저 출렁이면서 상반기 펀드 판매가 부진했지만, 은행권은 하반기를 기대할 만하다는 입장이다.

종로에 있는 한 은행 펀드 담당 직원은 "증시 상승으로 주가연계증권(ELS) 조기 상환이 이어져 상환 자금을 펀드에 재투자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증시가 추가로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고객들의 펀드 가입 의사를 확대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거치식 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적립식 펀드의 수요가 많은 편"이라며 "해외 펀드보다는 국내 주식형 펀드의 인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일부 '큰손'은 중국 펀드에 투자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자본시장법 때문에 발생했던 고객 불편 문제도 익숙해지는 분위기다. 다른 은행의 펀드 창구 직원은 "자본시장법 시행 초기에는 불편을 호소하는 고객이 많았지만, 조금씩 익숙해지는 모습"이라며 "젊은 고객에게는 창구 근처 컴퓨터에서 온라인으로 가입할 것을 권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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