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경기회복 기대로 본격 반등 개시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09.08.0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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弱달러도 요인… "유가 70달러이상시 경제회복세 발목 잡을 수도"

글로벌 원자재 시장의 연이은 고공행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회복 기대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달러 약세 현상도 이어지며 7월 들어 원자재 시장은 지칠줄 모르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3일(현지시간) 19개 주요 원자재 가격을 반영한 로이터-제프리 CRB 지수는 3.4% 급등한 266.23포인트를 나타냈다. 지난달 8일 이후 무려 15% 급등세다.
↑로이터-제프리 CRB 지수↑로이터-제프리 CRB 지수


7월 글로벌 경제는 강한 회복세를 보이며 원자재 수요가 향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한층 북돋우고 있다. 특히 세계 경제의 양대 산맥 미국과 중국의 회복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예상치를 뛰어넘는 -1%을 기록했으며 중국은 오는 4분기 1년만에 두자릿수 성장률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경기 회복세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현상으로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최근 설탕과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시장 강세에 반영되고 있다.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글로벌 달러 인덱스(DXY)는 7월 8일 이후 3.9% 하락했다.

향후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는 점에서도 최근 투자자들의 원자재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원자재는 보통 인플레 헤지 투자처로 인식된다. 1980년대 이후 세 차례의 인플레 파동에서 CRB지수는 모두 물가상승률을 큰 폭 상회했다.



구리와 금 등 금속 가격도 강세다. 특히 구리 가격은 10월래 최고치로 치솟아 올랐다. 이날 구리 선물은 전거래일 대비 파운드당 4.4% 뛴 2.7385달러를 기록했다. 금 가격도 지난 한 달간 5.2% 상승했다.

금속의 경우 세계 최대 소비국인 중국 경제의 회복세가 감지되는 가운데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엘라인 테너 애널리스트는 "특히 중국 제조업 경기의 확장 추세로 구리를 비롯한 금속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급등세를 보이는 원자재 시장에서 특히 유가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서부텍사스산 중질유 가격은 이날 배럴당 71.4달러를 기록하며 지난 달 14일 이후 무려 20% 급등했다.

원유 가격 상승세가 지속돼 유가가 향후 배럴당 70달러 선 이상에서 형성될 경우 회복세에 들어선 글로벌 경제가 오히려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페이스 비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유가가 향후 추가적으로 상승할 경우 세계 경제 회복속도는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80달러를 현재 경제 회복 속도를 담보할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프랜시스코 블란치 원자재 담당 스트래티지스트는 "향후 글로벌 경제가 감당할 만한 유가는 70~80달러 수준"이라며 "90달러를 넘어설 경우에는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경제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원자재 시장이 또 한차례 하락추세로 반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특히 중국이 보유한 막대한 규모의 원자재 재고가 우려된다"라며 "하반기 이에 따른 가격 조정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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