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 전, 의견은 분분했다. 기상악화를 우려한 일부는 발사를 주저했다. 하지만 반대편에 선 이들은 잠재적인 위험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졌다. 경쾌한 폭발음을 낸 후, 발사체는 비상했다. 하지만 1분도 채 되지 않아, 발사체는 구름을 통과한 낙뢰에 맞았다.
▲ 오는 11일 발사되는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
우주개발을 다룬 할리우드 영화의 내용이 아니다. 1987년 3월 26일 미국에서 실제 일어났던 일이다. 당시 파괴됐던 발사체는 '아틀라스-센토67'이다. 최근에도 유사한 일은 벌어졌다. 온고지신일까. 최근에는 결과가 달랐다. 지난 7월 발사된 우주왕복선 엔데버호는 발사대 주변 벼락 등으로 몇 차례나 발사가 연기된 끝에 우주로 나를 수 있었다.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Ⅰ)'의 발사일이 마침내 오는 11일로 결정됐다. 우리나라를 실질적인 우주개발국으로 이끌 나로호는 현재 최종점검을 받고 있으며, 발사 이틀 전 발사대로 옮겨져 카운트다운을 기다리게 된다.
우주발사체는 각종 부품의 단순 결함이나, 발사 시스템의 작은 오류만으로도 수천억원이 투입된 사업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더욱이 통제 불가능한 날씨 등 다른 변수 때문에 발사가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항공우주연구원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18일까지를 발사예비일로 설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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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조건 중 미국의 예처럼 낙뢰는 발사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나로호의 전자장비뿐 아니라, 나로호에 탑재되는 '과학기술위성 2호(STSAT-2)'에 전기적인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나로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기 위해서는 발사궤적 20km 반경 내에 낙뢰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강풍도 발사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 발사 시 평균 지상풍속이 15m/s, 순간 최대풍속이 21m/s 이상이면 발사 명령이 내려지지 않는다. 발사체 발사 시 자세를 제어하기 힘들 뿐더러,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상층에서 부는 바람도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 지상 30km 고도 이내에서 풍속이 100m/s 이상인 경우, 발사 궤적에 영향을 끼친다.
▲ 나로우주센터 내에 있는 기상관측소
나로우주센터 내에는 이 때문에 기상관측소를 두고 있다. 관측소에서는 기상자료를 분석하고, 이를 근거로 발사체 발사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또 발사대에는 윈드타워가, 우주센터 인근 지역에는 낙뢰감지안테나가 설치돼 있다.
◇'하늘문'이 열려야 발사 가능
날씨가 화창하다고 해서 아무 때나 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하늘은 특정한 시간에만 발사를 허락한다. 이 시간을 일컬어 '하늘 문이 열리는 시간(Launching Window)'라고 한다.
위성은 태양에너지를 동력으로 삼기 때문에 궤도에 진입한 후 위성의 태양 전지판이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궤도에 진입한 위성이 지구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 태양에너지를 이용할 수 없다면 자체 배터리를 많이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힘들다.
때문에 발사 시간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이 시간은 위성의 종류와 발사 장소, 계절 등에 따라 다르다. 이번 나로호의 경우, 이 조건에 맞춰 오후 4시40분부터 2시간 이내에 발사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