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 주체…정부·한은 아닌 '은행'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2009.08.0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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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은행 통한 간접 개입..부실채권 정리.대출심사 강화 주문

‘필요하긴 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설계와 운용 가이드 라인이 붙은 출구전략의 물밑 구체화 여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긴축 재정, 금리 인상 같은 고전적 의미의 출구 전략 대신 당분간 돈줄의 실제 출구인 은행이 전략 실행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견해가 확산되고 있다.

3일 정부와 감독당국,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은행들은 최근 부실채권 정리 방안을 당국에서 주문받았다. 또 강남 지역의 집값 급등과 관련해 주택담보대출에도 추가적인 메스가 가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정부의 출구전략과 관련한 공식 입장은 ‘필요하고 준비가 돼 있어야 하지만 지금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이는 지난달 30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렸던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 경제부처 수뇌부가 공감한 내용이다.

이 대통령도 "자발적 수요가 발생해야 제대로 된 경제회복이 이뤄질 수 있다"며 위기 극복 이후의 후유증을 우려한 출구전략을 논의하기보다는 위기 극복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 같은 공감대는 정부와 한은이 긴축재정 편성과 금리인상 같은 출구전략의 세부 계획을 실행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정부와 중앙은행의 개입 없이 돈줄을 조일 수 있는 방법으로는 은행을 통한 금융당국의 직간접적인 협조 요청이 꼽히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에 지난 6월 말 현재 1.5%인 부실채권 비율을 연말까지 1%로 줄이도록 지도키로 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8월 중 설치되면 이미 조성된 20조 원 규모의 구조조정기금을 통해 부실채권 정리를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또 집값 급등의 자금줄로 꼽히는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조처가 취해질 가능성도 있다. 은행들의 돈줄을 조이는 추가 조치로는 LTV(담보인정비율) 추가 하향과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지역 확대, 은행별 대출총량 규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

대출심사를 강화하라는 감독당국의 권고를 은행들이 제대로 따르고 있는지를 창구 지도 등을 통해 사전.사후적으로 점검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정부나 한은이 출구전략 실행에 직접 나서면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은행들을 통해 협조를 구하는 방식으로 우회적으로 개입하는 경향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당국은 유동성을 더 이상 풀지 않는 선에서 출구전략과 장기적 긴축 의지를 밝히고 있다. 실제로 한은은 통화안정증권 발행을 통해 시중의 통화량을 흡수하고 있고 외화 유동성 공급도 계속 줄여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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