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불법투표 의혹' 왜 나오나

머니투데이 백진엽 기자 2009.08.0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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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제기한 '불법투표' 이유 4가지

지난달 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미디어법이 여전히 정국 혼란의 핵으로 작용하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은 미디어법 표결 과정 자체를 불법투표로 규정, 원천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 및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가두 홍보전을 벌이는 등 미디어법 무효화를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당이 이번 표결을 불법부정투표로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1. '방송법 재투표'는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

민주당이 가장 먼저 문제 삼은 것은 방송법 표결과정에서 재투표를 실시한 것이다. 당시 이윤성 국회부의장은 재석수가 충족되지 않아 재투표를 선언했다. 민주당은 이것이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국회사무처는 2001년 약사법 개정안, 2003년 북한인권개선촉구결의안 등에 투표할 때 재투표를 실시했던 사례 4건을 제시하며 이번 재투표는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사례들은 다음 회기에 재상정 했거나, 투표가 종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재투표를 결정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즉 이번처럼 일단 투표를 종료한 후 바로 같은 회기(심지어 같은 날)에 재투표를 한 적은 없다는 설명이다.

2. "그 자리 당신 자리 아니잖아"..'대리투표' 의혹


대리투표 역시 이번 미디어법 정국의 뜨거운 감자다. 의장석 점거, 의장석을 둘러싼 대치중에 표결이 이뤄지면서 다른 의원의 투표권까지 행사하는 대리투표가 상당수 나타났다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다.

민주당은 '신문법' 표결 당시 전자로그 자료를 분석한 결과 총 34건의 반복투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중 17건은 '반대' 투표 없이 '찬성'만 반복돼 있다며 한나라당을 압박했다.



아울러 한 한나라당 의원은 몸싸움을 하고 있는데 전광판에 재석 버튼이 눌린 점, 한 남성 의원이 앞뒤좌석 스크린을 동시에 스크린 하는 등 7건의 대리투표 의혹이 담긴 동영상도 공개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투표방해, 한나라당 의원 좌석 점거 후 반대 투표 등 불법을 저지른 것은 오히려 민주당 의원이라며 해당 의원을 고발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서 어느 당이 했든 대리투표가 행해졌다면 해당 표결은 무효가 돼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이다.



3. "법안 접수되기도 전에 투표하라고?"

'신문법' 표결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부의장이 오후 3시38분에 "투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며 투표 개시를 선언했지만 해당 의안은 의원들의 모니터에 접수되지 않았다. 민주당이 공개한 당시 동영상에는 투표개시 선언 이후에도 투표를 하려던 의원들이 투표가 되지 않아 다소 당황한 모습을 보여 준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국회법 95조에 '의안은 미리 제출돼야 한다'고 돼 있고, 의사국에서는 '미리'는 찬반 토론전으로 해석했다"며 "하지만 신문법 표결 과정에서는 표결이 시작됐을 시점에도 의안이 제출돼 있지 않았다"며 절차상 법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4. "투표 시작 전부터 투표를"..'사전투표' 의혹

마지막으로 '사전투표' 의혹이다. 이는 '방송법' 재투표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전 의원은 "방송법 표결 당시 이 부의장이 투표가 불성립된 이유를 설명하고 다시 투표를 시작한 시간은 오후 4시4분19초였다"며 "하지만 당시 전광판을 보면 이미 68명이 재석으로 투표를 해 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전 의원은 당시 상황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하며 "최종적으로 153명이 재석한 것으로 나왔으니 결국 효력이 있는 재석인원은 85명뿐"이라며 "사전 투표한 68명에 대해 전자로그를 분석했지만 재투표 선언 이후 다시 투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민주당은 속기록에도 이 부의장이 "재석 의원이 부족해서 표결 불성립됐으니 다시 투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말 이후 '표결 시작'이라고 돼 있기 때문에 이 시점부터 투표가 시작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속기록 상 '표결 시작' 이전에 이미 68명이 투표를 했기 때문에 불법인 '사전투표'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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