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극복 위한 나라빚, 이자폭탄 '부메랑'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9.08.0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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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긴급진단]④재정건전성…세출 구조조정·세입기반 확대 필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택한 방법은 재정지출 확대다. 민간이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올해 2분기까지 정부의 선택은 옳았다는 평가다.

1분기 전분기 대비 0.1% 성장한데 이어 2분기 성장률이 2.3%로 정부 예상치 1.7%를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회복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최근의 경제상황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분명히 양호하고 예상보다 나은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재정지출 덕분에 한국 경제는 위기 탈출에 성공했지만 재정건전성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308조3000억 원에 불과했던 국가채무는 올해 366조원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도 30.1%에서 35.6%로 대폭 뛴다.
위기극복 위한 나라빚, 이자폭탄 '부메랑'


향후 전망도 어둡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글로벌 경제위기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2014년은 돼야 균형재정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채무는 2010년 GDP의 46.3%로 불어난 이후 2014년에는 51.8%로 나라 빚이 GDP의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위기극복 위한 나라빚, 이자폭탄 '부메랑'
국가채무가 늘어남에 따라 이자부담도 커진다. 올해 국가채무에 대한 이자는 15조7000억 원으로 지난해 13조3000억 원보다 2조4000억 원 불어났고 내년에는 20조원에 육박하는 등 눈덩이처럼 커질 전망이다.



이자부담이 늘어나면 세금을 걷어도 쓸 돈이 없게 된다.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채무가 늘어나면 이자와 빚을 갚는데 많은 돈을 써야 하기 때문에 재정이 해야 할 일을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1970년대 중반 1차 석유파동 이후 선진국들은 국가부채에 대한 이자지출 증가로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허덕였고 재정운용이 경직됐다.

한국의 재정상황은 아직 선진국만큼 심각하지는 않지만 재정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미리 대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세출 구조조정과 함께 다양한 세수증대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동철 KDI 선임연구위원은 "선진국에 비해 지출비중이 높은 경제사업 위주로 세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예컨대 2007년 기준으로 13개 부처에 걸쳐 163개 사업으로 난립한 중소기업 지원 사업은 창업 초기의 유망 중소기업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통폐합, 단순화해야 한다는 것.

세수 증대 관련해서는 △비과세·감면 제도의 전면적 정비 △에너지 다소비 품목 등에 대한 세율인상 등을 제시했다.

일부에서는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소득세 및 법인세 인하를 유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조세부담률 상승은 △잠재성장률 둔화 △투자와 고용 악화 등으로 이어져 국가채무를 감당할 수준으로 유지하는데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경제위기 극복이후에는 세입기반 확충, 지출구조조정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국가채무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기업이 주로 혜택을 보고 있는 임시투자세액공제의 일몰은 더 이상 연장하지 않을 계획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축소해 고소득자의 혜택도 줄이기로 했다.

또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가 300만 원 이상의 현금수수 거래 시 반드시 현금영수증 세금계산서 등 증빙서류를 발급하도록 해 세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비과세·감면 축소는 고소득층과 대기업 중심으로 추진하고 현금수입업종·전문직 등에 대한 세원 투명성 제고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가채무를 관리하기 위해 경제위기 이후 달라진 경제여건을 반영해 '09~'13 국가채무 관리계획을 작성해 10월 초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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