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피해자 돕다 음주운전, 면허취소 부당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09.08.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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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 행정심판으로 면허취소처분 구제

폭행현장에서 피해자를 돕기 위해 부득이하게 음주운전을 한 사람에게 운전면허 취소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결정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는 3일 폭행사건 현장에서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피신시키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음주운전을 해 운전면허 취소처분을 받은 조모(33. 경기 광명)씨가 경기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행정심판에 대해 이 같이 결정했다.

조 씨는 지난 4월 직원들과 회식을 마치고 나오던 중 길 한복판에서 술에 취한 것으로 보이는 40대 중반의 남자가 30대 중반의 여자를 폭행하는 현장을 목격했다.



조 씨는 곧바로 112에 범죄 신고를 한 후 가해남자를 제지하려 했으나 가해자의 신체가 건장해 쉽게 제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다른 남자가 가해 남자를 껴안았다.

이 틈을 타 상처투성이인 피해여성이 조 씨에게 자신의 차 열쇠를 주며 급히 다른 곳으로 피신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당시 피해여성은 외상 및 정신적 쇼크 상태로 정상적인 운전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급박한 상황에서 차 열쇠를 받은 조 씨는 술을 마셨지만 피해여성을 조수석에 태우고 약 50m를 운전해 피해여성을 피신시켰다.

하지만 조 씨의 신고를 받고 도착한 경찰관이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조 씨의 음주운전 사실이 확인돼 조 씨는 운전면허 취소처분을 받게 됐다.

택배 및 소화물 배달회사 직원으로 일하는 조 씨는 경찰의 운전면허 취소처분으로 생업에 지장을 받자 행정처분이 위법·부당하다며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는 "조 씨가 운전면허취소기준치(혈중알코올 농도 0.1%)를 넘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했지만 폭행현장에서 구호요청을 받고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급히 피신시키기 위한 위급한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운전한 사실이 인정돼 음주운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조 씨에 대한 운전면허 취소처분은 위법·부당하다"고 밝혔다.

행심위 관계자는 "요즘 같이 남의 일에 무관심한 분위기에 타인의 위험을 외면하지 않고 선의로 도와 준 것을 단지 음주운전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억울한 측면이 강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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