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살리기'에 고민하는 정부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09.07.3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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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오후 4시21분, 기획재정부 출입기자들의 휴대폰에는 잠시 후 브리핑이 열릴 예정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들어왔다. 제목은 '4대강 살리기 사업 관련 배경브리핑'이었다. 예고 없이 잡힌 브리핑 소식에 적막했던 기자실이 북적였다.

'4대강 살리기'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다. 같은 날 여당인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4대강 살리기 때문에 도로ㆍ철도 등 일반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이 다 잘려나간다"고 지적한 게 이날 브리핑이 열리게 된 원인이었다.



오후4시40분 열린 브리핑에서 재정부 관계자는 브리핑을 시작하면서 "4대강 살리기 사업과 여타 재정사업 투자는 별개의 문제"라고 명백히 선을 그었다. 내년도 다른 재정사업의 예산이 줄어들 가능성은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추경ㆍ수정예산 등을 통해 한시적으로 대폭 늘린 예산규모를 이제 다시 적정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이라며 "그동안의 관련예산 확대는 경제가 어려워 질 것을 대비한 선투자"라고 설명했다.



브리핑이 끝난 후 "정부도 오죽 답답했으면 브리핑을 열었겠느냐"는 말이 들렸다. 정부의 궁색한 해명에 대한 반응이다.

한해 정부예산 규모는 정해져 있는데, 특정 주력사업에 상당 예산을 배정키로 했다면 자연히 다른 쪽 예산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가령 4대강 사업에 수 조원을 투입키로 한다면 가용한 예산규모는 그만큼 줄어든다. 나머지 부분에서 조금씩 감액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도 이같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민감한 사안이어서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정치권의 '지적'에 대응하지 않으면 이를 그대로 시인하는 꼴이 된다. 이래저래 난처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정부는 국민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성에도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최근 삼청동 총리공관 오찬에 초청받은 주부 A씨는 이 자리에서 '국민들에게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중요성을 여러분들이 잘 홍보해 달라'는 당부를 들었다. 오찬 중 나눈 이야기 대부분은 '4대강 살리기'에 대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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