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승해도 "채권투자가 대세"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09.08.0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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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형펀드 한달간 8000억원 이탈… 채권형펀드 1.4조원 순증

코스피가 1500선을 훌쩍 넘고 채권 금리는 조금씩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자금 흐름은 정반대다. 국내 주식형펀드는 차익실현용 환매 물량이 급증, 자금 유출을 보이는 반면 채권형펀드 수탁액은 올 들어 꾸준한 증가세다. 특히 뭉칫돈을 투자하는 기관투자자의 경우 올 들어 주식시장 전망을 불투명하게 보고 안전자산인 채권의 투자를 선호한 경향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2일 증권 및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 수탁액(7월29일 기준)은 지난 한 달간 7998억원 순감소했다. 지난달 16일부터 거래일 기준 10일째 자금이 빠져나갔다.



15일 코스피가 1400선을 돌파한 다음날부터 환매가 크게 늘었고 1500마저 넘어서자 자금 유출폭이 더 커졌다. 그간 손실을 봤던 투자자들이 원금을 회복하거나 어느 정도 이익을 얻자 환매를 통해 현금화했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005년 3월부터 올 3월까지 4년간 코스피 움직임과 국내 주식형펀드 가입 규모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20%(25조7000억원) 가량이 코스피 1300대에서 가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코스피 1400을 넘어서면 원금을 회복한 투자자들이 상당 부분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4월 코스피가 1400을 육박하자 국내 주식형펀드의 환매가 몰린 바 있다.



조한조 우리투자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앞으로 원금보전을 위한 환매뿐 아니라 코스피 900대에서 투자했거나 1600대 이상에서 가입했던 투자자도 환매에 나설 수 있다"며 "물론 투자자의 위험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까지 흐름을 볼 때 추가 환매가 더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에 반해 채권형펀드는 주가 반등을 개의치 않고 자금이 몰려 한 달간 1조4000억원 이상 수탁액이 순증가했다. 더구나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인한 금리 상승(채권값 하락)시 수익률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 속에도 채권형펀드의 인기는 여전하다.

주로 연기금의 자금 운용을 맡고 있는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연기금들이 지난해부터 미리 계획했던 주식 투자액 외에 신규 투자를 꺼리고 차익 실현에 중점을 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업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도 금융위기를 회복한 후에도 여전히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어 주식보다 수익률이 낮더라도 채권 투자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가 매수에 나서면서 코스피 상승을 주도한 점은 기관과 개인의 시선이 상대적으로 냉랭하다는 방증이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펀드 투자자들이 본격적인 주식 투자에 나서려면 적어도 코스피가 1600선 이상 회복해 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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