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저점 환율에도 재계 조용한 이유는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이새누리 기자 2009.07.31 13:45
글자크기

환율 하락추세 대비중..KIKO피해 수습+출구전략 경계감 작용

원/달러 환율이 1230원대 초반으로 연저점을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환율 하락에 민감하던 재계가 이렇다할 목소리를 내지 않아 관심을 끌고 있다. 통상적으로 재계는 환율 하락에 따른 기업 수출 경쟁력 약화 등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우회적으로 개입 필요성을 주문하곤 한다.

31일 오전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 ~ 5원 가량 떨어지며 1230원대 초반을 기록 중이다. 이전 저점이었던 1233.2원(6월3일 종가)을 밑돌고 있다. 지난달 말에 비해서는 40원 이상 하락한 상태로 14 ~ 22일에는 7일 연속 떨어지기도 했다.



미국 증시의 상승으로 상징되는 위험자산 선호 확대, 국제 금융시스템의 복원 움직임 등으로 달러화 선호가 줄어드는 영향이 크다는게 외환시장 참여자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른 재계의 반응은 일단 더 지켜보자는 것이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22일 “하반기에는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환경 악화 등 복병들이 많다”고 밝히기는 했다. 하지만 이는 환율 하락 자체에 대한 우려보다는 출구전략(경기회복에 대비한 유동성 회수 등 돈줄죄기)이 가시화되는 것에 대해 경계감을 표현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경기 개선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주요 원인으로 환율 하락을 꼽았지만 환율 수준의 적정성에 대한 가치판단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계에서는 기업들이 지난해와 올해 초 환율 급등과 외화난에 워낙 어려움을 겪은데다 최근에는 돌발적인 하락이 아닌 추세적인 움직임이라서 대비할 시간이 있었던 것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또 인위적인 환율 상승 유도는 출구전략의 일환으로도 읽힐 수 있어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며 키코(환헤지 통화옵션상품, KIKO) 피해를 줄여나가는 과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기업 체질 개선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긴 하지만 손병두 대한상의 회장은 수개월 전 “(환율이) 달러당 1000원으로 떨어져도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춘다는 각오로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밖에 이상우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지난 10일 하반기 경제전망을 내놓으며 “기업들이 환율에 대해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나온 전경련의 모니터 결과가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대한상의 이현석 전무(경제조사본부장)는 “기업은 환율이 너무 내려가면 경쟁력 저하 우려가 있지만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 상승 위험에 처하게 된다”며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기에 어렵고 (조정에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당분간 지켜봐야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 전무는 “적정한 환율 수준이라는 것을 말하기도 어렵고 업종별로도 크게 다르다”며 “환율이 서서히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은 만큼 기업들도 환율이 더 떨어지는 것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