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vs정부, 600억 오염비용두고 옥신각신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09.07.31 10:08
글자크기
장항제련소 주변 중금속 오염지구 정화에 드는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를 두고 정부와 기업간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기업들이 오염원인 제련소시설을 현재 소유하고 있는 만큼 일정 부분의 비용부담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31일 환경부 등 정부부처에 따르면 충남 서천군은 지난 2007년 제련소 주변 토양에 대한 환경오염 정도를 간략히 조사한 후 같은해 12월 L사 등 2개사에 토양오염 정화명령 사전조치로 토양정밀조사 명령 처분을 내렸다. 제련소와 토양오염간 관련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제련소 시설 주변의 반경 4㎞까지 중금속이 검출됐다. 시설에서부터의 거리를 기준으로 0.5㎞ 이내에선 카드뮴, 구리, 비소, 납, 아연, 니켈 등 6종의 중금속이 표토와 중간토 뿐 아니라 지표 아래 1m 이상 심토까지 심각하게 오염돼 있었다.

반경 1.5~2㎞ 구간에서도 중간·심토까지 중금속으로 오염된 구간이 있었다. 2~4㎞ 구간에선 대부분 표토에서 1종의 중금속(비소)가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



토양환경보전법 11조는 토양오염 물질에 대해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1차로 조사를 실시하고 오염도가 우려기준 이상이면 오염원인자에게 토양정밀조사 실시, 오염토양 정화 등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천군의 이같은 명령처분에 대해 L사 등 해당 기업들은 자신들이 오염원인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명령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에 서천군은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건의했고 정부가 31일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국토해양부 등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국가정책 조정회의를 열어 대책을 마련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번 대책은 2012년까지 932억원을 들여 오염도가 높은 토지를 정부가 매입하고 2012년부터는 별도로 2000억원을 투입해 제련소 주변 반경 4㎞의 오염구역을 정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중 2000억원은 토양오염 기여도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정부는 1947~1971년간 정부가 제련소를 운영한 후 민간에 이 시설을 매각했다. 정부는 현재 L사의 전신인 한국광업제련 주식회사가 1989년까지 이를 운영했다는 점을 들어 국가와 기업의 오염비용 분담비율을 70대 30으로 잠정 추정하고 있다.

이같은 정부의 추정대로라면 국가는 1400억원, L사 등 2개사는 공동으로 60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L사 관계자는 "1989년 정부의 행정명령에 따라 공정변경(오염물질 배출원인 용광로 가동중단)을 이미 했는데 1996년 발효된 토양환경보전법이 소급적용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회사 역시 제련소 주변 오염지역을 공원화하는 등 방안을 중앙·지방정부에 수차 제안한 바 있다"며 "오염정화비용 분담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국가와 협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가·기업 중 어느 쪽이 토양오염에 더 많은 원인을 제공했는지 여부를 판별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당장 서천군의 행정명령 취소를 청구하는 기업의 소송에서 패소하더라도 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또 정부는 기업이 패소하더라도 관련법의 위헌성을 들어 반소를 제기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에 정부는 우선 국비를 들여 오염정화작업을 실시하고, 추후 책임소재가 가려지면 일정 부분을 해당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