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골프]개념의 힘(6) ...'평지 샷'과 '경사면 샷'

김헌 호남대 골프학과 겸임교수 2009.07.3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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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아마추어는 평지에서만 연습한다. 경사면에서의 샷을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최근에 스크린 골프가 발달하면서 가상공간에서 경사면에 대한 적응훈련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실제 상황보다 상당한 정도 공의 변화를 보정해 놓았고 게임 속에서의 연습이기에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니 평지와는 다른 경사면에서의 샷이 얼마나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지를 체득하기까지 끔직할 정도로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다양한 경사에 적응하는 것이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 일임에 분명하지만 좀 더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없지는 않다. 우선 경사면이 되면 얼마나 어려워지는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핀까지 120미터가 남은 상황에서 보기 플레이어는 평지라면 10개의 공을 쳐서 8개는 온 그린을 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10도 정도의 경사면에서 치면 몇 개의 공을 온 그린 시킬 수 있을까? 가능성은 반으로 줄어든다. 10개를 쳐서 4개 정도. 그러니 평지에서의 샷에 비해 10도 정도의 경사는 두 배로 어려운 샷이다.



20도 정도 경사가 있으면 어떨까? 10개에 2개 정도! 그러면? 샷의 난이도가 4배가 되는 것이다. 30도 정도의 경사? 8배의 난이도라 생각하면 되고 10개의 공을 쳐서 그린에 올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경사면의 정도에 따라 샷의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얘기다.

게다가 '그린에 올렸느냐 올리지 못했느냐'의 문제뿐 아니라 못 올라간 공의 상황을 보면 경사가 심해질수록 결과는 더욱 비극적이다. 평지에서는 그린에 올라가지 못한 공도 대충 그린 주변에 있겠지만 경사가 심해질수록 오비가 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부터 한 번 더 경사면 샷을 해야 되는 상황까지 '볼의 산포'도 기하급수적으로 넓어진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면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위기를 위기인 줄 모르고 덤비면 재앙이 된다. 위험의 정도를 아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경사면 샷을 함에 있어서 범하는 가장 흔한 실수는 스윙을 조금 줄이거나 달래는 '응용 샷'으로 위기를 극복하려고 덤비는 것이다. 절대 안 된다. 많이 연습한 샷도 실전에서는 실수만발인데 전혀 연습도 안 한 풀 스윙 응용 샷을 가지고 덤비면 안 된다.

어떤 종류의 경사든 10도 내외의 경사는 공의 위치를 조절하거나 오조준을 하는 것으로 응용 샷이 가능한 영역일 수 있지만, 20도를 넘어서면 백 스윙과 폴로우가 어색해지고 30도를 넘어서면 셋업 자체가 불편해진다.



그런 상황에서는 본인은 풀 스윙을 한다고 생각하더라도 몸은 전혀 풀 스윙을 수행하지 못한다. 게다가 그 걸 줄인다거나 부드럽게 한다거나 하는 응용동작은 전혀 본인의 의지와는 다른 운동으로 결과하게 된다.

경사면 샷을 잘하는 요체는 '풀 스윙을 빨리 포기하는 것'이다. 경사면으로 갔다는 것은 그 이전의 샷이 잘 안되었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한 타를 잃었다고 겸손하게 마음먹고 평소에 연습을 많이 한 숏 게임 샷으로 대체해야 한다. 그렇게 마음을 먹어야 기회가 온다.

샌드 웨지로 50미터를 어느 정도 일정하게 보낼 수 있는 사람은 7번 아이언으로 그 샷을 하면 '런'을 가늠할 수 없어 정교한 맛은 떨어지더라도 거리상으로는 100미터를 쉽게 보낼 수 있다.



위기의 상황에서 지금, 정교함을 추구할 계제가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 연습도 나름 되어있고, 애당초 몸의 움직임이나 운동량이 적은 숏 게임 스윙으로 '클럽을 바꿔서' 샷을 하는 것이 실수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다.

숏 게임 샷을 많이 연습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숏 게임의 영역에서만 쓰여지는 것이 아니고 롱 게임 영역에서도 경사면 샷이나 각종의 트러블 상황에서 다양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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