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스크린 골프가 발달하면서 가상공간에서 경사면에 대한 적응훈련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실제 상황보다 상당한 정도 공의 변화를 보정해 놓았고 게임 속에서의 연습이기에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니 평지와는 다른 경사면에서의 샷이 얼마나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지를 체득하기까지 끔직할 정도로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핀까지 120미터가 남은 상황에서 보기 플레이어는 평지라면 10개의 공을 쳐서 8개는 온 그린을 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10도 정도의 경사면에서 치면 몇 개의 공을 온 그린 시킬 수 있을까? 가능성은 반으로 줄어든다. 10개를 쳐서 4개 정도. 그러니 평지에서의 샷에 비해 10도 정도의 경사는 두 배로 어려운 샷이다.
게다가 '그린에 올렸느냐 올리지 못했느냐'의 문제뿐 아니라 못 올라간 공의 상황을 보면 경사가 심해질수록 결과는 더욱 비극적이다. 평지에서는 그린에 올라가지 못한 공도 대충 그린 주변에 있겠지만 경사가 심해질수록 오비가 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부터 한 번 더 경사면 샷을 해야 되는 상황까지 '볼의 산포'도 기하급수적으로 넓어진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면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위기를 위기인 줄 모르고 덤비면 재앙이 된다. 위험의 정도를 아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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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면 샷을 함에 있어서 범하는 가장 흔한 실수는 스윙을 조금 줄이거나 달래는 '응용 샷'으로 위기를 극복하려고 덤비는 것이다. 절대 안 된다. 많이 연습한 샷도 실전에서는 실수만발인데 전혀 연습도 안 한 풀 스윙 응용 샷을 가지고 덤비면 안 된다.
어떤 종류의 경사든 10도 내외의 경사는 공의 위치를 조절하거나 오조준을 하는 것으로 응용 샷이 가능한 영역일 수 있지만, 20도를 넘어서면 백 스윙과 폴로우가 어색해지고 30도를 넘어서면 셋업 자체가 불편해진다.
그런 상황에서는 본인은 풀 스윙을 한다고 생각하더라도 몸은 전혀 풀 스윙을 수행하지 못한다. 게다가 그 걸 줄인다거나 부드럽게 한다거나 하는 응용동작은 전혀 본인의 의지와는 다른 운동으로 결과하게 된다.
경사면 샷을 잘하는 요체는 '풀 스윙을 빨리 포기하는 것'이다. 경사면으로 갔다는 것은 그 이전의 샷이 잘 안되었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한 타를 잃었다고 겸손하게 마음먹고 평소에 연습을 많이 한 숏 게임 샷으로 대체해야 한다. 그렇게 마음을 먹어야 기회가 온다.
샌드 웨지로 50미터를 어느 정도 일정하게 보낼 수 있는 사람은 7번 아이언으로 그 샷을 하면 '런'을 가늠할 수 없어 정교한 맛은 떨어지더라도 거리상으로는 100미터를 쉽게 보낼 수 있다.
위기의 상황에서 지금, 정교함을 추구할 계제가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 연습도 나름 되어있고, 애당초 몸의 움직임이나 운동량이 적은 숏 게임 스윙으로 '클럽을 바꿔서' 샷을 하는 것이 실수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다.
숏 게임 샷을 많이 연습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숏 게임의 영역에서만 쓰여지는 것이 아니고 롱 게임 영역에서도 경사면 샷이나 각종의 트러블 상황에서 다양하게 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