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 탈환한 현대건설, '영욕의 6년'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2009.07.3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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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국내 건설업계 1위(시공능력평가액 기준)를 탈환한 현대건설 (30,950원 ▼200 -0.64%)은 2000년대 들어 '영욕의 세월'을 보냈다. 지난 1947년 설립 이후 '건설 한국의 대명사'로 불리며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현대건설은 2001년 유동성 위기와 함께 위상이 흔들렸다.

가뜩이나 집중적인 견제를 받아온데다, 자체 경쟁력마저 떨어지면서 대폭적인 수주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2004년에 처음으로 42년간 지켜왔던 1위 자리를 삼성물산에 내줬다.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김중겸 현대건설 사장


이후 구조조정과 영업력 확대 등 뼈를 깍는 자구책을 실시했지만 재무구조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고 급기야 2005년과 2006년 3위로 떨어진 이후 2007년에는 4위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부활의 신호탄은 지난해 예고됐다.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수익성 중심으로 기업을 운영하면서 업계 최초로 매출 7조원 시대를 연 것.

지난 3월 김중겸 사장 취임 이후에는 재개발·재건축과 공공부문 수주 역량이 강화됐고 해외에서도 대형 공사를 잇달아 수주하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특히 중동에서 수조원대의 초대형 플랜드 공사를 수주하는 등 아라비아 반도의 산업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이달들어선 17억200만달러(2조2000억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통합 가스개발 시설공사를 수주하는 등 '2차 중동붐'을 이끌고 있다.

이 공사는 아부다비에 있는 국영 석유회사 가스코(GASCO)에서 발주, 이 지역에 산재돼 있는 가스전 통합 개발 공사다. 현대건설은 총 5개의 패키지 가운데 2공구를 맡았다.

현대건설은 올 상반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9% 증가한 4조6402억원의 매출을 올려 건설업계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는 매출액 증가는 중동 플랜트 부문을 비롯한 해외 매출 증가와 국내 토목분야 실적 증가에 따른 것.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312억원과 2207억원을 올렸다.


이같은 실적 호조에 따라 최근들어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현장 중심으로 해외경영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지난 27일부터 7일간의 일정으로 중동 현장을 방문한 김 사장은 쿠웨이트, 사우디 등의 정부 관계자와 발주처 대표들을 잇따라 만나 수주 관련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와 함께 고무적인 것은 현대건설이 올해 시평 1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기술능력과 신인도 평가부문에서도 수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수주 극대화와 수익성 중심의 사업운영 등 경영 전반에 대한 자구 노력이 결실로 다가온 것이다.



상반기 최고 경영실적과 함께 시평에서도 1위에 복귀, '겹경사'를 맞은 현대건설은 앞으로 진정한 글로벌 톱 리더로 도약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시공실적과 기술능력에 이어 경영과 재무상태도 우량기업으로 성장했다"며 "이제는 국내 경쟁보다는 세계 유수의 선진 건설사들과 겨룰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3년 이후 6년 만에 국내 건설업계 1위에 오른 현대건설은 국내는 물론, 해외수주 확대를 위한 경영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사진은 쿠웨이트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가운데).▲지난 2003년 이후 6년 만에 국내 건설업계 1위에 오른 현대건설은 국내는 물론, 해외수주 확대를 위한 경영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사진은 쿠웨이트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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