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오너들, 금호산업 탈출 까닭은?

머니투데이 원정호 기자 2009.07.30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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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새 절반 축소···금호산업 개미들은 '어쩌나'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8일 오후 종로구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본관에서 퇴진 기자회견을 하며 고민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이명근 기자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8일 오후 종로구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본관에서 퇴진 기자회견을 하며 고민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이명근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 오너가 대규모 투자자산 손실이 우려되는 금호산업 지분을 한달여만에 절반 가량 축소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그룹 측은 금호석유화학으로의 지배구조 변경에 따라 지분 매각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지만 경영부실에 대한 일정 책임 없이 손실만 회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박삼구 회장 등 금호산업 (3,210원 ▼30 -0.93%) 대주주의 지분은 지난달 14일 기준 19.1%이던 것이 이날 현재 10.2%로 축소됐다.

박찬구 화학부분 회장(2.19%)과 아들 박준경 금호타이어 (4,480원 0.00%) 부장(1.69%)은 갖고 있던 금호산업 지분 3.88%를 모두 내다팔았다. 박삼구 회장의 아들 박세창 그룹 전략경영본부 상무도 지분을 3.97%에서 1.45%로 줄였다.



고 박정구 회장(박삼구 회장의 형)의 아들 박철완 아시아나항공 (9,770원 ▲280 +2.95%) 전략팀 부장 보유지분도 6.11%에서 3.59%로 감소했다.
금호 오너들, 금호산업 탈출 까닭은?
이처럼 불과 한달여만에 오너들이 동시에 금호산업 지분을 팔아치운 것은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늘리기 위한 '재원 마련용'이라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다.

박찬구 회장 부자가 먼저 오너들의 균등 출자 비율을 깨고 금호석유화학 지분 매집에 나서자 박삼구 회장 측도 이 회사 지분 늘리기에 가세했다.

여기에다 금호산업과 금호석유 (133,400원 ▲2,400 +1.83%)화학의 양대 지주회사 체제에서 금호석유화학으로의 단일 지배구조로 변경하기 위한 수순에서 오너들의 지분 매각이 이뤄졌다고 그룹 측은 해명했다. 결국 지분 매각의 표면적 원인이었던 '경영권 갈등'은 박삼구 회장이 전날 '형제간 동반 퇴진 카드'를 내세우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금호산업 소액주주 입장에선 개운찮은 뒷맛을 남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매각에 따른 금호그룹의 매각 손실은 대우건설 주가 추이에 따라 많게는 3조~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경우 대우건설 지분 18.6%를 보유한 최대주주 금호산업이 가장 많은 지분법 손실을 본다.

금호산업을 살리기 위한 대규모 증자 가능성이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대주주들의 지분 절반 축소는 자신들의 '손실 줄이기'를 위한 사전 포석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룹측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이 금호산업 지분 19.3%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어 일각에서 주장하는 그룹의 '금호산업 꼬리자르기'는 확대 해석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박 회장 오너일가의 지분 축소는 적잖은 논란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부실기업 대주주가 책임을 지기 위해 출자전환이나 사재 출연 등의 솔선수범을 보이던 과거 경영풍토와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금호산업을 지주회사로 키우겠다는 말에 투자한 소액주주들선 억울한 상황"이라며 "대우건설을 비싸게 매수해 회사에 손실을 끼친 대주주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않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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