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사태 핵' 박찬구, 반격이냐 승복이냐

최석환, 기성훈 기자 2009.07.2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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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연락 끊은 채 칩거, 장고에 들어간 듯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8일 오후 종로구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본관에서 퇴진 기자회견을 하며 고민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이명근 기자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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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8일 오후 종로구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본관에서 퇴진 기자회견을 하며 고민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이명근 기자



"출근하지 않으셨습니다."

29일 서울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9,230원 ▼130 -1.39%)그룹 본사 24층에 위치한 박찬구 회장의 집무실은 하루 종일 비어있었다. 회장 비서실 관계자는 "자리에 계시지 않는다"면서 거취나 일정 등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는 말만 짧게 전했다. 금호석유 (156,300원 ▼400 -0.26%)화학 관계자도 "(박 회장과 관련해선) 드릴 말씀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전날 금호석유화학의 대표이사에서 전격 해임된 박 회장은 형인 박삼구 그룹 회장으로부터 25년간 이어온 '형제공동경영' 근간을 뒤흔든 장본인으로 지목되면서 단숨에 '금호사태'의 핵으로 부각됐다. 당연히 그룹 안팎의 시선은 온통 박 회장의 입에 쏠리고 있다.



박 회장의 한마디가 '형제의 난'으로 비화된 금호그룹의 운명을 뒤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박 회장은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채 모처에서 칩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옥 금호석화 사장도 "박 회장과 직접 연락이 닿지 않고 있으며 연락을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물론 거취와 관련한 공식적인 입장도 내놓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금호석화 관계자는 "어떠한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박 회장의 행보를 두고 그룹 안팎에선 해임 충격을 추스르면서 법적 소송 등 반격에 나서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회장이 이사회의 해임 결정에 대해 승복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진데다 바닥으로 떨어진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순순히 물러서진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박 회장이 법적 절차를 밟을 경우 그룹 내 갈등을 봉합하고 재무구조 개선 등 현안을 원활하게 해결하기 위해 꺼낸 '박삼구 회장의 동반퇴진 카드'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어떤 모양새로 진행되든 '형제간의 싸움'으로 비춰지면 그룹 이미지 실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박 회장이 그룹의 결정에 결국 승복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룹 관계자는 "금호그룹의 전통을 볼 때 형제들끼리 법정까지 가는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사회 결정 사항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어 소송으로 가봐야 실익이 없는데 그렇게까지 하겠냐"고 덧붙였다.

한편 박 회장의 해임으로 어수선한 금호석화는 임직원들의 동요를 최소화하면서 내부 단속에 나선 모습이다.

기옥 사장은 이날 머니투데이 기자와 만나 "오전에 임직원들에게 동요 없이 일처리를 잘하라는 뜻을 전했다"면서 "임직원들이 평상시와 같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도) 내일 공장을 돌아보는 등 정상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호석화 관계자도 "직원들도 동요 없이 평소처럼 근무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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