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신용카드 결제계좌 CMA배제 논란

임상연 기자, 전병윤 기자 2009.07.29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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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이기주의로 고객불편 가중"

증권사 CMA(종합자산관리계좌)에 대한 은행권의 견제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시중은행들이 CMA를 신용카드 결제계좌로 지정하지 못하도록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은행계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증권사 CMA 고객은 카드대금을 결제할 때마다 다른 계좌로 돈을 이체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사실상 증권사의 뱅킹서비스(소액지급결제)는 반쪽자리가 되는 것이다.



은행권의 CMA 견제가 계속되자 증권업계는 물론 비은행권 곳곳에서도 시중은행들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은행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증권사의 CMA를 신용카드 결제계좌에서 배제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이를 증권사들에게 통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민카드 등 은행계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증권사의 고객들은 CMA를 주거래 계좌로 사용하더라도 카드대금은 결제할 수 없게 됐다. 또 뱅킹서비스(소액지급결제)를 시행중이거나 준비 중인 증권사들도 원활한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해졌다.

D증권 마케팅 담당 임원은 "국민은행이 CMA를 카드대금 결제계좌로 지정하지 못 하도록 해 국민카드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는 결제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게 됐다"며 "우리은행 등 타 은행들도 비공식적으로 CMA 결제계좌 지정불가를 통보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증권사 CMA 담당자도 "은행마다 개별적으로 제휴를 맺지 않으면 CMA를 신용카드 결제계좌로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며 "제휴를 하더라도 제휴 이후 발급된 신용카드에 대해서만 인정해주겠다는 입장이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카드대금이나 각종 공과금, 통신료 등은 고객이 직접 자신의 주거래 금융계좌를 결제계좌로 지정할 수 있다. 현재 시중은행들도 지급결제망을 통해 신용카드 결제계좌를 다른 금융기관 계좌로 변경이 가능하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CMA만 신용카드 결제계좌에서 제외시키자 증권업계는 물론 전업계 카드사 등 비은행권에서도 반발이 일고 있다. 삼성카드 등 전업계 카드사들은 이미 CMA를 신용카드 결제계좌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한 상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지급결제망은 국가의 금융 인프라이기 때문에 증권사들이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고 참여한 것"이라며 "은행들이 영역보호를 위해 고객 편의는 무시하고 무조건 경쟁상품을 막는다면 국내 금융산업이 발전할 수 있겠냐"고 비난했다.

전업계 카드사 관계자도 "증권사 CMA와 신용카드를 결합시켜 다양한 고객서비스 개발 등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은행들이 고객서비스 개발보다는 계열 카드사를 통해 CMA를 압박하는 것은 지나친 자사 이기주의"라고 꼬집었다.

신용카드 결제계좌에서 CMA를 제외한 것에 대해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증권사의 전산시스템 미비 등을 이유로 지연되고 있는 것일 뿐 의도적인 것은 아니라는 해명이다. 이와 관련 국민은행 카드사업 담당자는 "증권사들이 당일결제시스템을 준비하면 안 해줄 이유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이미 오래전에 지급결제를 위한 전산시스템 개발을 끝낸 상태"라며 "비씨나 비자카드 지급결제망을 통하면 당일결제도 충분히 가능한데 은행들의 압력에 이 지급결제망을 증권사들이 못 쓰고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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