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외평기금 규모 발표 중단

더벨 황은재 기자 2009.07.2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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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조작국 의심만"...비판도 만만찮아

이 기사는 07월08일(16:3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한국은행이 매달 발표하던 외국환평형기금(외화) 잔액을 더 이상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외평기금 잔액 공개로 환율 조작국 의심을 받는 것은 물론 가용외환보유액 논란에 휩싸이는 등 외환정책 수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정보 공개가 대세인 상황에서 정보 접근 자체를 막는 것은 구시대적인 해결책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외평기금 잔액 비공개로 외환당국에 대한 의심을 증폭시킬 가능성도 높아 오히려 부작용이 클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월말 한국은행은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을 통해 발표되는 '한국은행 주요계정'의 일부 항목을 수정하며 한은이 관리하고 있는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 잔액 항목을 삭제했다.



대신 외평기금잔액을 국내부채 부분의 '기타'로 분류해 더 이상 파악할 수 없게 숨겨버렸다. 한은은 그동안 외평기금 잔고를 매달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 이후 두 달전 잔액 기준으로 발표해왔다.

지난 6월 11일에는 4월말 잔액을 공개했다. 외평기금은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조성했지만 관리와 운용은 한은이 맡고 있으며 한은은 이를 부채로 계상하고 있다.

출처:한국은행, 4월말 기준 외평기금 잔액출처:한국은행, 4월말 기준 외평기금 잔액
*출처 : 한국은행, 지난 6월11일 발표한 4월말 기준 외화외평기금 잔액


한은이 정보접근을 차단한 데는 외평기금 잔액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발생하는 해석의 오류가 너무 많다는 판단했기 때문이다. 외평기금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제도인데 일부 해외 언론과 투자자, 심지어는 국내 연구기관에서도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외평기금을 외환시장 개입여력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빈번했다는 것이다.

인터넷논객 미네르바를 비롯해 김광수 경제연구소,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FT) 등이 가용외환보유액 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한은의 불만은 좀처럼 수그러들 지 않고 있다. 외평기금 잔고 비공개 전환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한은 관계자는 "외평기금 증감을 계산해 정부의 시장 개입 규모를 추산하는 등 우리나라를 환율 조작국으로 보는 시각까지 있었다"며 "한은의 주요 계정을 공개하는 것도 좋지만 오해만 일으킨다면 정보 공개의 실익이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편의적인 발상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외평기금 잔액 정보는 외환보유액이 먼저 발표되고 한 달 후에 발표되는 것으로 정보 공개의 시차를 감안했을 때 정보의 시의성이 떨어진다. 다만 금융시장의 큰 흐름을 파악하는 자료로 사용할 수 있는 정도다. 머니마켓펀드(MMF)와 외환시장의 흐름을 연결시켜주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외환시장 참가자는 "일본의 경우 매달 외환시장 개입 규모를 공개하고 있고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외채 규모에 대한 정보 공개가 늦어지면서 위기심리를 키운 적도 있다"며 "공개할 수 있는 정보는 최대한 공개하는 게 시장변동성과 불안심리 확산을 차단할 수 있는 장치"라고 말했다.



정보 비공개가 오히려 오해의 증폭을 가져올 수 있다. 시장참가자들은 한은 주요계정 내 국내부채 부분의 '기타' 항목의 변화를 통해 대략적인 외평기금 추이라도 파악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와 해석간의 오차는 커진다.

한은은 이 같은 지적에도 외평기금 잔액을 비롯해 외환보유액 등의 정보 공개에는 더 신중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국제기구 등에서 정보 공개를 권고하더라도 외환 정책 수행에 어려움이 있다는 판단이 들면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한편 한은은 외평기금 잔액 비공개 전환은 기획재정부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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