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A신용카드 과열? 소비자는 똑똑하다

머니투데이 박성희 기자 2009.07.30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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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CMA 오해와 진실] (하)경쟁은 관리하면 된다

CMA신용카드 과열? 소비자는 똑똑하다


회사원 이 모씨(31)는 얼마 전 신용불량자 딱지를 겨우 뗐다. 대학생이었던 지난 2001년 백화점 상품권을 준다는 길거리 판촉행사에 혹해 만든 신용카드 5장으로 생활비며 유흥비를 돌려 막으면서 쌓인 빚이 6000만원. 주홍글씨처럼 박힌 '신불자' 타이틀에 취업 때마다 고배를 마신 것도 여러 번이다. 겨우 입사한 현 직장에서 받은 월급과 부모님으로부터 미리 받은 '결혼자금'으로 이 씨는 겨우 빚더미에서 헤어났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기반으로 신용카드 발급이 가능해지자 제2의 카드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증권사들이 내달부터 시행될 지급결제서비스를 무기로 시장 개척을 위해 과도하게 CMA신용카드 발급을 종용할 것이라는 게 논란의 시작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또 다른 '카드사태'는 기우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일단 카드 발급 주체는 증권사가 아닌 카드사다. 증권사 영업직원이 카드 발급을 적극 권유한다고 해서 바로 카드 발급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게다가 2003년 카드 사태 이후 국내 카드사의 리스크 관리가 얼마나 강화됐는지 알면 CMA신용카드 발급 경쟁은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는 답이 나온다.

◇ CMA신용카드 발급 생각만큼 쉽지 않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CMA신용카드가 출시된 이후 7월 21일까지 약 2개월동안 9개 증권사를 통해 발급된 CMA신용카드는 모두 1만9048장이다. 올들어 3월까지 새로 발급된 일반 신용카드가 매월 28만4000장임을 감안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여신금융협회 자료).

CMA신용카드 발급이 생각보다 저조한 것은 아직 지급결제서비스가 시작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카드 신청=발급'이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크다.

이번 CMA카드 도입으로 해당 카드사와 업무 제휴를 맺은 증권사 임직원은 모두 카드 모집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들이 신청을 받은 카드가 모두 발급되진 않는다. 현재 국내 카드사들은 본인여부 심사, 신용도 심사, 결제능력 심사 등 3단계에 걸쳐 카드 발급이 가능한지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안정적인 직업으로 평가받는 교사나 공무원도 과거 금융이용 실적 및 연체 이력이 확인되면 카드 발급이 거절되기도 한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카드사태 이후 카드사 자체 리스크 강화 및 금융당국의 감독으로 과거보다 내부 심사가 엄격해졌다"며 "단순히 고객과의 접점 채널이 늘어났다고 해서 부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 수석연구원은 "오히려 주식이나 펀드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증권사 직원보다 고객 저변이 넓은 기존의 카드 모집인에게서 무분별한 신용대출이 이뤄질 가능성이 많다"고 덧붙였다.



◇CMA카드 '필수'라기보단 '선택'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아직까지 CMA카드 발급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게다가 현재 사용중인 신용카드 결제계좌를 바꿔야 하는 번거로움이 CMA카드 수요를 제한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1분기 현재 경제활동인구 1인당 보유 카드수는 4.1개다. 2002년 4.6개보다는 줄었지만 그렇다고 카드가 부족한 수준은 아니다. 이 중에서도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카드는 1~2개에 불과할 뿐 나머지는 휴면카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용대출을 통해 수익이 발생하는 카드사와 달리 증권사에 CMA카드는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한 '매개체'에 불과하다는 점도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킨다.

2003년 카드사태는 카드사들이 고금리로 카드채를 발행하면서 시장에서 부실여신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일례로 카드사들이 7% 금리로 카드채를 발행한 후 고객에게 12%의 이자로 현금서비스를 제공해 5%포인트의 이자 마진을 챙겼던 것. 이 과정에서 길거리 모집을 통해 카드 발급이 남발됐고 결제 능력 이상의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이 이어지면서 신용불량자가 속출했다.

그러나 증권사에 CMA카드는 주식과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할 기회를 늘린다는 의미 이상은 없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CMA 계좌를 통해 신용카드 대금을 결제할 수 있게 된 것일 뿐 CMA카드 자체가 주 수익원은 아니다"라며 "이를 통해 CMA계좌가 주거래 계좌가 되고 잔고 발생시 주식이나 펀드에 쉽게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 카드 발급이 는다고 카드사태 일어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설사 카드 발급이 종전보다 급증한다고 해서 바로 가계 신용악화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신용카드 이용실적 구조가 과거와 달라져 과다한 신용대출로 카드사태가 발발할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신용카드 실적 가운데 현금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19.7%로, 2000년 64.6%에서 크게 줄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신용대출은 감소하는 반면 일시불과 할부 등 신용판매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정 수석연구원은 "국내 카드 이용실적이 신용판매 위주로 바뀐 지 오래"라며 "이례적으로 카드대출이 급격히 늘어나지 않는 한 제2의 카드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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