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B, 국내 벤처캐피탈엔 계륵?

더벨 전병남 기자 2009.07.2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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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 벤처캐피탈 투자...자금 회수 방안 놓고 우려

이 기사는 07월23일(18:1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코리아본뱅크(이하 KBB) 투자를 두고 일부 벤처캐피탈이 고민에 빠졌다. 투자 가치가 높은 우량 벤처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투자에 참여한 벤처캐피탈이 많아 향후 자금 회수 난항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업계의 고민은 KBB가 올 초 인공관절 제조 설비 관련 시설을 확장하기 위해 12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KBB는 자금 조달 방식으로 전환사채(CB, Convertable Bond) 발행을 선택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가 먼저 CB인수에 나섰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지난 5월 말 77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해 CB를 사들여 KBB의 2대 주주가 됐다.



당초 스틱인베스트먼트는 KBB가 발행하는 CB를 전량 인수할 계획이었지만 최대 주주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에 투자 규모를 줄였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이미 '스틱세컨더리펀드'를 통해 구주 8.47%를 사들여 KBB의 3대 주주인 상태였다. 최대 주주가 될 경우 IPO 이후 투자금 회수가 지연될 수 있다는 염려가 발목을 잡았다. 대경창업투자가 스틱인베스트먼트의 뒤를 이었다. 35억원을 투자해 KBB의 CB를 인수했다. 주주명부에도 이름을 올렸다.

잔량 CB에 대한 인수는 애초 한미창업투자가 검토했다. 한미창업투자는 대경창업투자와 비슷한 규모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제동이 걸렸다. 적정 가치평가(Valueation)에 대한 이견이 발생했다. 향후 투자금 회수에 대한 우려도 겹쳤다. 결국 한미창업투자는 투자 의사를 철회했다.

2008년 12월 말 현재 KBB 주주로 등록된 기관투자가는 모두 14곳이다. CB 인수로 새롭게 지분을 취득한 대경창업투자까지 합할 경우 기관 주주는 모두 15곳이 된다. 이 중 스틱인베스트먼트, 삼성벤처투자, 키움인베스트먼트 등 12개 벤처캐피탈이 포함되어 있다. 지분율이 42%를 넘는다.


시장 관계자는 "KBB의 경우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지분을 보유한 벤처캐피탈의 숫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향후 투자금 회수 등에서 잡음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미 주주가 된 벤처캐피탈을 제외하곤 신규 투자를 검토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공은 KTB캐피탈로 넘어갔다. 이미 KBB에 38억원을 투자해 6.9%의 지분을 보유 중인 KTB캐피탈은 현재 기존 투자를 집행했던 'KTB메자닌펀드' 외의 계정에서 자금 집행을 고려중이다. 예상 투자금액은 20억~30억원이다. 투자가 결정될 경우 자금은 빠르면 8월 중순 투입될 예정이다.



KBB에 투자한 모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KBB가 안정적으로 영업이익이 발생하고 부채비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이번 CB를 인수해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미 KBB에 투자한 벤처캐피탈들은 향후 투자금 회수를 고려해야 하는데 사모투자회사(PEF)가 블록 딜 형태로 지분을 인수하는 등의 일부 방법을 제외하고는 적당한 투자금 회수 방안이 없어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KBB는 인공관절, 조직이식재, 단백질제제 등을 생산하는 업체로 지난 1997년 설립됐다. 지난 해 172억원의 매출과 15억원 상당의 영업이익, 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자본금은 251억원이다.

최근 미국 인공관절 설계·생산 업체인 엔도텍의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100%를 2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연 매출 1조원 규모의 인공관절 개발사를 인수했다는 소식으로 KBB는 국내 시장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향후 인공관절 분야에서 높은 성장세가 기대되는 업체 중 하나로 내년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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