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로 국채 소액투자 시대 열렸다

임상연 기자, 박성희 기자 2009.07.2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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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으로 쉽고 저렴하게 투자 가능… 개인 분산투자·자산배분에 적합

 29일 국고채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되면서 적은 금액으로 손쉽게 채권에 투자하는 길이 열렸다. 그동안 채권은 5%대의 안정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거래 단위가 크고 중도 매매가 불가능해 개인 투자자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소액 채권투자시대 개막
지금까지 개인이 채권에 투자하는 길은 증권사나 은행 창구에서 소액 채권을 직접 매입하거나 간접투자상품인 채권형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전부였다.



직접 투자의 경우 다양한 채권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정이 있지만 일정 금액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고 쉽게 현금화할 수 없어 실제 투자는 대규모 자금을 안정적으로 굴리는 '큰 손'으로 한정돼 있는 것이 보통이다. 채권형펀드는 소액으로 다양한 채권에 투자할 수 있지만 이 역시 환매할 경우 수수료가 부과된다는 단점이 있다.

직접과 간접투자의 장점만을 결합한 게 바로 채권ETF. 거래 단위를 5~10만원으로 낮춘 데다 증시에서 실시간으로 언제든지 매매가 가능해 개인투자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상품이다.



무엇보다 보수가 연 0.15%로 일반 공모 채권형펀드(0.3~1%)보다 저렴하고 환매 수수료가 없어 비용부담이 적다. 0.3%의 증권거래세도 면제된다. 특히 오는 29일 상장되는 국고채ETF는 거래소수수료도 6개월간 무료여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이용하면 비용 절약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ETF로 국채 소액투자 시대 열렸다


◇금리 떨어질수록 시세차익
국고채ETF는 KTB Index 등 추종 국고채지수의 변화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또 국고채지수의 등락은 기초자산인 국고채 금리변동에 좌우된다. 즉 국고채 금리가 떨어지면(채권값 상승) 국고채지수가 상승해 이익을 보게 되고, 금리가 올라가면(채권값 하락) 지수가 하락해 손실을 보게 된다.

예를 들어 한국투신운용이 운용하는 KINDEX 국고채ETF(1주당 매매가격 10만원 가정시)에 투자했을 경우 금리가 0.1%포인트(10bp) 하락하면 ETF 가격은 약 270원 정도 상승해 0.27% 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금리가 0.1%포인트 상승하면 0.27% 가량 손해를 보게 된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ETF의 가장 큰 장점은 주식 거래처럼 다양한 상품을 사고 팔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번 국고채ETF 출시를 계기로 개인이 보다 쉽게 분산투자는 물론 자산배분도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국고채ETF를 활용한 다양한 방식의 투자도 가능하다. 우선 국고채와 국채선물, 국고채ETF 가격차를 이용한 차익거래가 가능하다. 국고채 순자산가치에 비해 ETF 가격이 크게 오르면 ETF를 팔고 상대적으로 싼 국고채 현물을 매수해 이익을 낼 수 있다.



차익거래를 하는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국고채ETF를 빌려줄 수도 있다. 기관투자가가 국고채ETF를 빌려 매도하는 투자를 할 때 수수료를 받고 대여주는 것. KB자산운용에 따르면 예상 대여 수수료는 연 0.24%포인트 수준이다.

◇이자소득엔 과세..가격 급락등 주의
국고채ETF는 만기 3년 국고채 두 개 종목과 만기 5년짜리 1개 종목으로 구성된 국고채 지수에 투자하기 때문에 3, 6, 9, 12월 10일을 기준으로 매 3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한다. 이에 대해 개인투자자는 15.4%의 소득세가 부과된다. 금융기관 등 기관투자자는 원천징수 대상이 아니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이자 지급일 당일 ETF를 보유한 이가 과세 대상자가 된다는 것. 예를 들어 7월 말 국고채ETF에 투자해 9월 초 매도한 경우 과세 대상이 아니지만 9월 초 채권ETF를 매입해 이자 지급일인 10일 현재 보유하고 있다면 이자 분배금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는 말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이자 지급일 당일 ETF를 보유하고 있다면 현금으로 이자를 챙기는 대신 이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며 "이자와 함께 세금을 낼 지, 이자를 포기하는 대신 과세를 피하는지는 투자자가 선택하기 나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자 지급일을 앞두고 과세를 피하기 위해 물량이 대거 나오면서 ETF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모 운용사 관계자는 "이자 지급일을 앞두고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ETF 가격이 급락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며 "거꾸로 이를 매수 시기로 잡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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