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형 기자
지난 20일 오후 타이어 타는 연기가 가득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앞에 한 노모가 주저앉아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면서 흐느끼고 있었다.
쌍용차측은 지난 17일부터 도장 공장으로의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고 있으며 수도와 가스 공급도 중단했다.
노모는 한 번도 속을 썩인 일이 없는 아들이 경찰에게 죄인 취급을 받으면서 공장에 갇혀 있는 것이 좀처럼 믿어지지 않는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정리해고 명단에 들어가지 않은 '살아남은 자'들도 생활고와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괴롭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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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조업재개 준비를 위해 평택공장으로 출근한 도장팀 박 모씨(42)는 담배부터 꺼내 물었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새로 만든 3장의 카드가 한도를 초과했다는 문자가 휴대폰으로 들어왔습디다. 이젠 정말 막다른 골목이에요."
지난 1월부터 체납되기 시작한 임금은 정확한 날짜도 없이 40~50%씩만 지급되고 있으며 박 씨가 이달 초 손에 쥔 월급은 70만 원 안팎이다. 고등학생과 중학생 자녀들의 뒷바라지를 하기에는 턱도 없이 모자란 돈이다.
"다음 주부터는 아이들이 다니는 10만 원짜리 보습학원도 그만 다니게 하라고 집사람한테 말하고 나왔어요. 부모 입장에선 가슴이 찢어지죠."
쌍용차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C200'조립라인 근무자인 김 모씨(35)는 도장 공장에서 파업 중인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을 내비쳤다.
"만약에 제가 정리해고자 명단에 들어갔다면 어쩌면 저도 저 곳에 들어가 있었을지 몰라요. 하지만 여기서 주저앉을 순 없잖아요. 남은 저희가 24시간, 365일 열심히 일해서 부득이하게 회사에서 떠나신 분들을 모셔오자고 다짐했는데...."
쌍용차의 '살아남은 자'와 '죽은 자' 모두에게 2009년 여름은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가혹한 시간으로 기록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