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한국물 10대 주관사 되겠다"

더벨 이승우 기자 2009.07.2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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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Paper 열전]①조현익 자본시장본부 부행장

편집자주 골드만삭스와 씨티 등 유수 IB들이 독점하다시피한 한국물 주선시장. 한국계 기업이 발행해도 국내 IB들은 명함조차 못 내민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지원과 국내 IB들의 각고의 노력으로 주관사로 끼는 게 빈번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도 신선한 변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아 한계도 있다.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국내 IB들의 노력에 관심이 쏠린다.

이 기사는 07월09일(09:05)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올해초 산업은행 발행시장실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정부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주관사를 놓고 삼성증권과 엎치락뒤치락했지만 결국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민유성 행장의 취임과 더불어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최우선 공략 대상인 한국물(DCM) 주관에서 마음 먹은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게 사실이다.

산업은행 "한국물 10대 주관사 되겠다"


산업은행은 실패를 심기일전의 기회로 삼았다. 그리고 행장까지 나서서 직접 챙긴 결과 석유공사의 해외채권 발행에서 해외 IB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북러너(Book Runner) 주관사로 발탁됐다.



이어 올 상반기 최고의 딜(deal)로 꼽히는 한국수력원자력 발행의 조인트 리드매니저(JLM)로 활약해 연타석 안타를 쳤다.

해외 IB 독점 견제 '선봉'..한계 인정

산업은행은 지난 2005년(6억달러)과 2007년(5억달러) LG전자 주관사로 활약했고 2007년에는 하이닉스 CB와 일반채권 발행을 주선했다. 국내 IB중에서는 그나마 기록을 갖고 있는 편. 그러나 국제 금융시장에서 명함을 내밀 수준엔 이르지 못한 게 사실이다.




지난 2006년 파격적으로 외평채 주관사로 선정됐지만 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공룡의 위상을 자랑하는 산업은행이었지만 한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로드쇼(road show)에서 해외 IB들의 업무 진행과정을 어깨 넘어 공부하고 온 게 소득이라면 소득.



그러나 그 경험을 새로운 출발점이 됐다. 한계를 받아들이고 나자 산업은행만이 고객에게 해 줄 수 있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오히려 분명해졌다. 국내 발행자들과의 전통적인 사업 관계를 기반으로 한 딜 발굴(sourcing) 능력은 산업은행의 최대 강점이다. 최근에는 공기업을 중심으로 신용등급 자문 업무도 강화시키고 있다. 주관사로 선정되기 이전까지 발행자들과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주관사의 핵심인 채권 판매망과 서류작업(Documentation), 리서치, 채권결제 시스템 등은 확연히 드러나는 약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산은 전체 조직의 변화 혹은 외부 인력 영입이 필요하다. 특히 취약한 채권 판매망에 대한 강화는 필수적이다.

조현익 자본시장본부 부행장은 "외부 전문 인력 흡수 등 적극적인 물적·인적 투자를 통해 딜 수행(execution) 인프라를 구축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10대 주관사가 목표..금융시장 회복 시간 더 필요"

올 상반기 한국물은 쏟아지듯 발행됐다. 글로벌 금융 위기 속에서도 한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서 한국물 수요가 강했던 탓이다.

그러나 한국물 주선시장에서 산업은행의 실적은 화려하지 않다. 삼성증권이 외평채 주관사 선정을 앞세워 리그테이블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과 대조된다. 지난 3년간 누적 순위(15위)가 무색하다.



언제든지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자신감은 충만하다. 한국수력원자력이나 신한은행 사례에서 보듯이 한국물에 대한 투자수요가 폭발적이어서 하반기에도 발행이 덩달아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 정부에서 한국물 발행에서 국내 IB를 지원사격하고 있는 것도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조현익 부행장은 "한국물 주선시장은 아직 몇몇 해외 IB들이 지배하고 있는 시장인데 산은 뿐 아니라 국내 IB들중 어디라도 이들과 경쟁하면서 리그테이블 10위 안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발행자들도 토종 IB 육성 차원에서 주선 업무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IB 지원을 꾀하고 있는 정부의 생각과도 일치하는 대목이다.



향후 글로벌 채권시장에 대해 조 부행장은"발행시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까지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국가와 공기업 주도의 만기 도래 상환 수요 발행이 주종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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