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만아, 월식이 그렇게 두렵니"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2009.07.21 08:58
글자크기

'선덕여왕'을 통해 살펴보는 월식과 일식

최근 인기 드라마 '선덕여왕'에서는 미실(고현정 분)이 '월식' 현상을 예견해 권력을 공고히 하는 장면이 방송됐다. 미실은 책력인 '사다함의 매화'를 통해 월식을 정확이 맞힐 수 있었다.

월식을 예측한다고 미실이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일식과 월식을 '우주쇼'라고 부르며 팡파르를 울리는 현재의 관점에선 웃음을 자아낼 만하다. 하지만 과학지식이 부족했던 고대에 하늘만큼 경외의 대상이 있었을까.



◇책력은 곧 왕권

1400년 전 선덕여왕이 살았을 당시, 백성들에게 해와 달 등은 숭배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왕은 그런 천체와 맞닿아 있었다. 왕은 곧 하늘이었다. 그래서 왕권 확립을 위해선 하늘의 변화를 백성들에게 잘 예언할 수 있어야 했다. 왕은 하늘이 점지해준다고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 mbc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월식이 일어난 모습. (사진=방송화면 캡쳐)▲ mbc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월식이 일어난 모습. (사진=방송화면 캡쳐)


천체와 왕의 관계는 당시 농경문화와도 관련이 있다. 왕은 백성들에게 하늘의 운동을 관측해 씨를 뿌리고 밭을 갈고, 수확하는 시기를 정확히 알려줘야 했다. 이는 민심의 안정과 밀접하게 닿아 있었다.

그렇다보니 천체를 측정해 해와 달의 운행과 절기를 적어놓은 책력(冊曆)은 곧 왕권을 지키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대명력'은 남북조 시대 송나라의 사람이 완성해, 6세기경 사용된 책력이다. 당시로선 최신의 천문학 서적인 셈이다.

◇월식과 일식이란


화제를 돌리자. 이번에는 미실의 예측으로 덕만(이요원 분)을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했던 월식과, 사촌쯤으로 부를 수 있는 일식을 살펴보자. 월식과 일식은 어떻게 일어날까.

용어부터 살펴보자. 월식과 일식에서 '식(蝕)'은 '좀먹는다'는 의미다. '먹을 식'에 '벌레 충'이 합쳐진 말이다. 즉, 벌레가 나뭇잎을 갉아 먹듯 달과 태양의 일부가 가려지는 것을 말한다.

▲ 월식의 원리 (사진 제공=한국천문연구원)▲ 월식의 원리 (사진 제공=한국천문연구원)
우선 월식을 보자. 월식은 태양과 지구, 달이 일직선으로 늘어설 때 지구의 그림자 속으로 달이 들어가면서 달의 일부 또는 전부가 어둡게 보이는 현상이다.

월식에서 태양 빛이 완전히 가려지는 본영에 달의 전부가 들어갈 경우 개기월식이, 일부가 들어갈 경우 부분월식이 일어난다.(그림 참조)

평면에서 지구와 달, 그리고 태양의 운행을 살펴보면 한 달에 두 번씩 월식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달과 지구의 공전궤도는 약 5도 정도 기울어 있기 때문이다.

개기월식은 일 년에 두 번 정도 찾아온다. 게다가 위도를 옮겨가기 때문에 한 지역에서는 몇 년에 한 번씩 정도만 볼 수 있다.

일식은 지구와 달, 해가 일직선으로 놓일 때 발생한다. 달이 태양을 가려 태양의 일부 또는 전부가 보이지 않는 현상이다. 이중 개기일식은 태양의 전부가 보이지 않은 것을, 부분일식은 일부가 보이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일식은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고, 달이 지구를 공전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실제로는 태양은 달보다 지름이 약 400배 정도 크다. 그러나 태양은 달보다 약 400배 정도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이 같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 일식 진행 모습 (사진제공=한국천문연구원)▲ 일식 진행 모습 (사진제공=한국천문연구원)
◇22일 오전 전국서 '일식쇼'

특히 22일에는 오전 9시 30분부터 정오까지 태양의 80% 정도가 달에 가려지는 부분일식 현상을 전국에서 관측할 수 있을 전망이다. 걸림돌은 날씨다. 일식 당일 남부 지방은 비가 오고 중부 지방은 구름이 많이 낄 것으로 기상청은 예보했다.

그렇다면, 한반도에서 완전한 개기일식은 언제 볼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경우, 비교적 최근 개기 일식은 1887년 8월 19일, 금환일식은 1948년 5월 21일에 있었다. 금환일식은 일식 때 태양의 가장자리 부분이 금가락지 모양으로 보이는 일식을 말한다.

다음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선 오랫동안 기다려야 한다. 다음 개기일식과 금환일식은 2035년 9월 2일 오전 9시 40분(평양, 원산 지역)과 2041년 10월 25일 9시에 각각 일어난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