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의무교육 지정하자"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09.07.2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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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운 法]①고승덕 의원 대표발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편집자주 18대 국회는 '식물국회, '무능국회', '폭력국회'로 불린다. 지난해말과 올들어 잇따라 '입법전쟁'을 벌이면서 국민들로부터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인기도에서 국회와 정당은 최하위 수준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18대 국회는 겉만 번지레하고 속은 비었다. 발의된 법률안 개정안의 건수는 17대 등에 비해 크게 늘었지만 처리율은 매우 낮다. 그러나 발의법안이 크게 늘어난 것은 그만큼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려는 국회의원들이 늘었슴을 뜻한다. 그럼에도 의원들의 '입법 활동'은 주목받지 못한 채 '음지'에 머물러 있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 이로운 法 ' 시리즈를 마련해 의원들의 '입법활동' 지원 및 독려에 나서기로 했다. 각종 법안 중 △경제와 삶에 큰 영향을 미칠 법안 △시급히 도입할 법안 등을 추려 그 내용을 소개할 계획이다. 비록 법으로 확정되지 않은 '법안'이지만 그 속에 담긴 입법정신과 취지를 널리 알림으로써 한국 국회와 정당에 '또다른 입법경쟁'이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美·獨 의무기간 12년, 한국은 9년 불과
-공무원은 정부보조, 근로자는 본인 부담
-예산 연 2조 수준…저출산으로 점점 줄 듯

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는 의무교육일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만 법적으로는 아직 아니다. 2000년대 이후 고등학교 진학률은 99%로 보편교육 단계에 들어섰다. 하지만 고등학생들은 아직 의무교육의 가장 큰 특징인 무상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실과 제도의 괴리현상이다.



"고등학교 의무교육 지정하자"


이에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사진) 등 의원 20명은 고등학교를 의무교육 대상으로 잡아 무상교육을 실시하자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010년 3월부터 전국 모든 고등학생에게 무상혜택을 주자는 게 기본 내용이다.

◇"혜택은 넓고 효과는 크다"= 고승덕 의원은 "정부와 공공기관 종사자 자녀의 등록금은 정부에서 보조해 주고, 대기업과 중견기업 임직원 자녀의 등록금은 고용주가 내주고 있다"며 "반면 중소자영업자, 중소기업 근로자 등 어려운 계층들에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



게다가 현 실정법상 고등학교 1학년까지를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 즉 보편교육으로 잡고 있어 교육과정 편성에도 맞지 않다는 것도 발의 배경이다.

이에 따라 고 의원 등은 무상교육에 필요한 비용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되 해당 학교의 설립·경영자에게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내용을 담았다.

발의에 따라 국회 입법조사처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 국가는 의무교육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과 독일은 초등교육부터 후기중등교육까지 12년을 의무교육 연한으로 운영중이다. 영국은 11년, 프랑스와 캐나다는 10년이다. 우리나라는 초등 6년, 중등 3년 등 9년이다.


입법조사처는 이 개정안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혔다. 제10학년(고등학교 1학년)까지를 보편교육으로 잡았기 때문에 "제도 운영에서 고등학교의 의무교육 실시는 필연적인 과제"라는 결론을 내렸다.

고 의원은 "고등학교 등록금의 경우 빈익빈부익부라는 '차별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은 친서민정책이란 현 정권의 국정운영 방향과도 일치하고 있어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매년 등록금을 내지 못하는 고등학생은 3만명이 넘는다. 주로 일부 서민층 및 빈곤층 자녀들이다. 개정안은 이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편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를 보면 공무원 자녀에 대한 정부의 교육비 지원은 올해 9660억원을 포함해 2013년까지 5년동안 5000억원이 집행된다. 또 기초생활보장수급 고등학생에게는 5년동안 7100억원이 지원된다.
"고등학교 의무교육 지정하자"
◇입법 전망= 예산이 문제다. 예산정책처 분석자료에 따르면 고등학교 입학금과 수업료를 면제할 경우 매년 2조원 가량의 예산을 새로 투입해야 한다. 내년부터 2013년까지 4년동안 8조5900억원 가량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 측은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예산 등 현실적인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담당 주무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 한 관계자는 "고등학교 무상교육은 필요하지만 예산 등을 새로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 범정부 차원의 정치적 판단과 현실적인 추진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교총은 이 개정안을 크게 반기고 있다. 일선 고등학교 교사들이 등록금을 내지 못하는 학생들을 독려하는 일은 무척 괴로운 일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 번거로움은 완전히 없어지게 된다.

고 의원 측은 "예산 문제가 핵심 걸림돌이긴 하지만 매년 예산 규모를 늘려가는 속성을 지닌 다른 복지예산과 달리 투입 예산이 매년 줄어드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저출산으로 고등학생 숫자가 올해 66만9900여명에서 2013년 62만2600여명으로 꾸준히 줄어들 전망이다.

고 의원 측은 예산 증액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반면 혜택과 효과는 크다고 설명했다. 추가 투입하는 예산 2조원 가량은 내년 교육예산 39조원의 5%, 전체 예산의 0.8%에 해당한다. 또 내년 세수 감소액 23조원의 8% 수준이다.



게다가 무상교육을 실시하면 대기업은 사실상 감소효과를 볼 수 있다. 서민 입장에서는 혜택을 보는 만큼 소비여력을 갖게 된다. 고등학교 무상교육은 '피부에 와 닿는' 서민정책이자 경기부양책이 될 것이란 얘기다. 무상교육을 실시하면 내년에 고등학생 자녀 1명을 둔 가정의 경우 121만3100만원 가량(입학금 2만3643원, 수업료 1189465원)을 다른 곳으로 돌려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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