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마음만 앞선 자전거 정책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2009.07.21 08:21
글자크기
[기자수첩]마음만 앞선 자전거 정책


#1. 지난 4월 중순 오세훈 서울시장과 출입기자들이 한강에서 함께 자전거를 타는 행사가 있었다. 이날 자전거 타기 코스는 여의도 마포대교 남단부터 한강대교.동작대교를 거쳐 반포대교까지.

여유로운 토요일 오전 시원한 한강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타니 몸도, 마음도 상쾌했다. 10여년만에 처음 자전거를 타는 긴장감도 금새 사라졌다. 주변을 둘러봤다. 쭉 뻗은 한강자전거도로에는 멋드러진 헬멧과 두건, 썬글라스를 착용하고 자전거를 즐기는 시민들이 많았다.



#2. 지난 13일 서울시 기자실에선 친환경 기준을 강화한 새 건축심의기준 관련 브리핑이 진행됐다. 서울시내에 건물을 지을 때 자전거 주차장 건립을 의무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는 자전거 이용자들의 불편을 줄이고 자전거 보급률, 교통수단 분담률 등을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조치다. 하지만 서울의 자전거 보급률을 감안할 때 자전거 주차장 건립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며 여가를 즐기는 것과 자전거로 매일 출퇴근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자전거를 타는 목적도 다르지만 도로 환경은 비교할 수가 없다. 현재 서울시내 자전거 도로는 총 728㎞이며 이중 전용도로는 123㎞ 뿐이다. 한강변과 여의도 등을 제외한 일반 전용도로는 50㎞에 불과하다. 대부분 보행자 겸용 도로여서 자전거 타기가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불법주차된 자동차, 자전거 도로로 걷는 보행자 등에 막혀 몇 m 못 가 자전거를 세우기 일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전거 교통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자전거 교통사고는 2006년 7922건에서 2007년 8721건, 작년 1만848건으로 2년새 37%나 늘었다.

지금도 아파트 단지나 지하철역 곳곳에는 자전거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문제는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주차장이 얼마나 되냐는 것이다. 자전거를 잃어버려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포기하는 게 국내 자전거 시장 현실이다. 한국의 자전거 보급률이 네덜란드.독일.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통계는 안타깝지만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정부의 녹생성장 바람을 타고 자전거 열풍이 거세다. 정부는 물론 서울시 등 지자체마다 자전거 인프라 건설 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산발적인 인프라 건설만으로는 자전거 수요를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 교통체계, 법적용, 관리시스템 등 총체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하루 빨리 국민 모두가 마음놓고 자전거 탈 수 있는 날이 오길 손꼽아 기다린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