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CMA'발 자금대이동? 우려는 시기상조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2009.07.21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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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CMA 오해와 진실] (상) 머니무브 논란

편집자주  7월말 '뉴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시대'가 열린다. CMA에 뱅킹서비스(소액지급결제)가 부분적으로 첨가돼 은행과 증권사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수시 입출금이 가능해지고 증권사와 은행간 이체도 기존 은행을 통해 이체하는 것처럼 편리해진다. 은행, 카드사와 제휴한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월말 결제계좌로 쓰면서 현금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폭이 넓어지고 편해진다.  그러나 은행권이 독점하던 결제업무를 증권사도 공유하게 된 일이어서 은행과 증권사간 신경전이 적지 않다. 은행권은 여전히 '머니무브' 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강한 규제를 요구하고 증권업계는 은행권이 문제를 과장한다며 자제를 요구한다. '뉴CMA'를 둘러싼 논란을 진단하고 은행과 증권이 윈윈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 지급결제만으로 머니무브 힘들어
- 주식투자 붐 일어나면 재연 가능성


 소액결제에 한해 뱅킹서비스가 첨가된 `뉴CMA'와 관련해 은행권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은 '머니무브'(Money Move) 현상이다. 뉴CMA서비스가 본격화되면 시중자금은 물론 은행 예금까지 대거 증권업계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머니무브'가 발생하면 은행들은 자금조달을 위해 양도성예탁증서(CD)와 은행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대출금리가 상승해 가계에 부담을 주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은행권은 주장한다.

2007년 CMA에 무슨 일이?
'뉴CMA'발 자금대이동? 우려는 시기상조


그 근거로 은행권은 지난 2007~2008년 사이 발생한 '시중자금의 대이동’을 들고 있다. 시중은행 한 여신담당 임원은 "당시(2007~2008년) 고금리 CMA 등 증권업계 수시입출금식 상품들이 시중자금을 대거 흡수하면서 은행들은 대출자금 마련에 애를 먹었다"며 "결국 자금조달을 위해 CD와 은행채를 발행을 늘렸고 이 때문에 대출금리가 올라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2007부터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 전까지 CMA는 스펀지처럼 시중자금을 흡수했다. 2006년 말 8조6000억원 정도였던 CMA 잔고는 2007년 말 27조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고, 2008년 5월에는 30조원을, 9월에는 33조원을 각각 돌파했다. 불과 1년9개월여 만에 약 25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몰린 셈이다. CMA 계좌 수 역시 2006년 말 144만개에서 2007년 말 487만개로 급증했고, 2008년 9월에는 700만개를 넘어섰다.

반면 같은 기간 은행권의 요구불예금 잔액(말잔 기준)은 78조원에서 74조원으로 약 4조원 정도가 감소했다. 특히 요구불예금 중에서도 '월급통장'격인 보통예금 잔액이 약 2조원 가량 줄었다.



당시 '머니무브'로 돈줄이 마른 은행들은 대출자금 마련을 위해 CD와 은행채를 경쟁적으로 발행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치솟는 부작용이 발생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지급결제만으로 머니무브 동인되기 힘들다"
은행권의 우려에 증권업계는 물론 금융전문가들도 고개를 가로 젓는다. CMA 뱅킹서비스는 은행권이 이미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의 일부로 머니무브를 일으킬 만한 동인이 못 된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뱅킹서비스만을 놓고 본다면 주택담보대출 등 여신업무까지 가능한 은행권이 경쟁 우위에 있다는 지적이다.

'뉴CMA'발 자금대이동? 우려는 시기상조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CMA의 뱅킹서비스 때문에 단기적으로 머니무브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며 "아직까지 안전성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경우에는 은행의 뱅킹서비스와 예금자보호가 더욱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금융전문가들은 또 2007~2008년 때와는 CMA 시장상황이 달라져 머니무브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주장한다. 당시에는 증시 활황으로 주식 및 펀드투자 붐이 일면서 투자대기용으로 고금리 CMA를 찾는 고객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증시가 불안한데다 CMA 금리도 반토막 난 상태라 크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007년 당시 시중자금이 대거 CMA로 이동한 것은 고금리 영향도 있지만 이보다는 증시 활황에 따른 투자동기가 더 크게 작용했다"며 "작년 리먼 사태이후 CMA 잔고가 줄어든 것도 증시가 폭락해 투자동기가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7년부터 가파르게 성장했던 CMA는 작년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 사태이후 성장속도가 크게 둔화됐다.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면서 투자열기가 급속 냉각된 탓이다. 당시 33조원에 달했던 CMA 잔고는 20조원대로 감소했고, 지난 1월에서야 당시 수준을 회복했다.

주식투자 붐 일면 재연 가능성도
송홍선 연구위원은 "최근에는 CMA 금리가 2%대로 떨어진데다 증시도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라 단기간에 머니무브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며 "실제 CMA 뱅킹서비스 이후 머니무브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뉴CMA'발 자금대이동? 우려는 시기상조
지난 15일 현재 CMA 잔고는 39조6000억원 정도로 작년 최고치 대비 6조원 가량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에 반해 은행권의 보통예금은 작년 9월 40조원에서 꾸준히 성장해 지난 5월에는 48조원으로 8조원 정도 증가했다. 증시가 불안정하고 CMA 금리도 떨어지자 시중자금의 무게중심이 CMA보다 예금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금융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증시가 상승해 다시 주식 및 펀드투자 붐이 일 경우 머니무브가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은행권은 고금리 및 투자형 예금상품 개발에 주력하는 등 자금조달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송 연구위원은 “2007년 중후반 은행들이 고금리 및 투자형 예금상품을 출시하면서 CMA로의 자금이동을 일시적으로 막은 바 있다”며 “은행권은 중장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머니무브에 대응하기 위해 자금조달 구조 개선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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