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그먼·루비니에 울고 웃는 월가

중앙일보 제공 2009.07.1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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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먼 효과' '루비니 효과'.

요즘 미국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다. 뉴욕대 누리엘 루비니(50·경제학) 교수와 프린스턴대 폴 크루그먼(56·경제학) 교수의 경기 전망 발언이 나올 때마다 주가가 요동치는 것을 빗댄 것이다.

뉴욕증시에서는 위기의 발생과 진행과정을 정확히 예측해낸 이들의 발언을 마치 '예언'처럼 받아들이는 분위기마저 생겼다.



1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루비니 효과'의 위력이 여실히 입증됐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오전부터 혼조세를 보였다. JP모건체이스가 2분기에 27억 달러의 순이익을 올렸고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줄었다는 좋은 소식이 있었지만 중소기업 대출은행인 CIT그룹이 결국 파산보호 신청을 하게 될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이 흔들렸다. 여기에다 마이너스를 기록한 필라델피아 지역 7월 제조업지수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6월 주택압류신청 건수도 악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마감을 2시간 앞두고 상황이 돌연 바꿨다. 다우·나스닥·S&P500 등 미국의 3대 주가지수가 일제히 오르기 시작해 결국 상승세로 장을 마쳤다.



외신에 따르면 시장 분위기를 돌린 것은 순전히 루비니의 말 한마디였다. 뉴욕에서 열린 칠레 투자 콘퍼런스에서 그가 “미국의 경기침체가 올해 안에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분위기가 돌아선 것이다. 루비니는 “고용시장·산업생산·주택시장은 여전히 아주 취약한 상태”라고 덧붙였지만, 투자자들의 귀엔 “'닥터 둠(비관론자)'조차 돌아섰다”는 뜻으로만 들렸다.

반응이 너무 뜨겁자 루비니는 부랴부랴 “여전히 기존 관점과 다르지 않으며 (위기가 끝난다는) 발언 내용은 전체에서 일부만 인용된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내기도 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크루그먼의 발언에도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운다. 3월 말 재무부가 부실자산처리 계획을 발표한 뒤 시장이 일단 안정을 되찾는 듯했으나 “충분치 않은 계획이며 결국 성과 없이 국민 부담만 키울 것”이란 크루그먼의 발언 이후 주가가 떨어졌다.


지난달 8일에는 그가 “미국 경제는 9월까지 후퇴 국면에서 벗어날 것”이란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은 뒤 온종일 하락하던 다우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불확실한 시장의 속성 탓에 증시는 언제나 영향력 있는 이의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며 “그러나 신이 아닌 만큼 이들의 말이 항상 정확한 예측일 순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 증시는 미국 주가 상승과 잇따른 기업들의 깜짝 실적 발표 등에 힘입어 17일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외국인이 사흘 연속 순매수를 한 데다 기관마저 오랜만에 순매수에 나선 덕에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7.88포인트(0.55%) 오른 1440.10으로 마감됐다.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지수가 1440을 넘은 것은 지난해 9월 30일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 시장에서도 지난달 10일 이후 가장 많은 8688계약을 순매수했다. 코스닥지수는 3.59포인트(0.74%) 오른 485.87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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