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새 세번' 한은의 집값 우려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이새누리 기자 2009.07.1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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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 기조 유지 대신 우회적인 구두개입

'열흘새 세번' 한은의 집값 우려


한국은행이 집값(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를 열흘 사이 3차례나 밝혔다. 특히 17일에는 이성태 총재가 대내외 모임과 회의를 통해 하룻 사이 2차례 집값 문제를 언급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남대문로 한은 본점에서 집행간부와 국·실장, 지역본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확대연석회의에서 “주택담보대출의 증가가 주택가격의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앞서 은행장 간담회인 금융협의회 자리에서도 이 총재와 은행장들은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면 가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데 견해를 함께 했다.



◇부쩍 잦아진 '집값 상승 우려'…왜
이 총재는 이달 들어 지난 9일 금융통화위원회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다른 나라에서는 주택 가격이 너무 떨어져서 문제인데 한국은 지난해 9월 이후 소폭 하락한 뒤 일부 지역은 많이 올랐다”며 “가계 부채도 많이 늘어난 상황에서 주택 가격이 더 오르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일부 지역 아파트를 중심으로 나타난 부동산 가격 상승 움직임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이라고 밝힌 데서 뚜렷하게 진일보된 표현이다.



17일 언급이 급등한 집값을 사실상 대출로 뒷받침한 은행장들과의 모임에서 나왔다는 것도 관심거리다. 이달 들어 다소 주춤해지기는 했지만 지난달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3조5000억원 급증하면서 부동산시장이 정점이었던 2006년 11월(5조4000억 원) 이후 2년 7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보인 바 있다.

일단 한은 관계자는 “집값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로 대출을 더 늘려서라도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던진 정도”라고 해석했다. 돈줄을 죄기 위해 담보인정비율(LTV)을 낮췄고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 가능성까지 언급한 금융감독당국과 보조를 맞춘 측면도 있다.

◇‘집값 우려=통화정책 변화’ 아직 아니다
한은이 집값 문제를 제도적으로 접근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도 잦은 구두 개입(우려 표명)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금통위 의결을 거쳐 금융회사의 대출 담보 종류나 대출 한도를 제한할 수 있다는 한은법 조항이 있긴 하지만 비상시 극약처방으로 불릴 정도로 현재까지 적용된 사례가 없다.


이에 따라 통화정책 변화(금리 인상 등) 기반이 숙성될 때까지는 직접적인 화법이지만 구속력은 없는 우회적인 수단을 드러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날 참석한 은행장들은 현재 시점에서 통화정책의 출구전략(exit strategy, 유동성 회수)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 총재도 이에 대해 공감했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금융협의회에는 이 총재와 강정원 국민은행장, 이종휘 우리은행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데이비드 에드워즈 SC제일은행장, 김동수 수출입은행장, 김태영 농협 신용대표, 민유성 산업은행장 등이 참석했다.



국내 경기가 하강세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경제상황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것이 현재 정책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이밖에 은행장들은 유동성을 주택담보대출 같은 기존의 대출처 외에 생산적인 부문으로 돌릴 필요성이 있다는 데 대해서도 의견을 함께 했다. 이 총재로부터 출구전략 시기상조론에 대한 확신을 얻었지만 대출 경쟁 자제라는 암묵적인 숙제를 받아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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