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말로만 폐지"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2009.07.2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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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수도권 상한제 아파트 줄줄이 분양

아파트 분양가상한제가 부동산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이달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이 개정안은 미루고 미뤄졌던 결정인 만큼 건설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는 택지비(땅값)와 표준건축비(건설사 이윤 포함, 국토해양부 기준)를 더해 아파트 분양가를 정하는 제도다. 분양가 상승을 간접 규제해 집값 상승을 막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하지만 건설사들이 주택 공급을 기피, 중장기적으로 수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국해위)가 분양가상한제 폐지 여부를 논의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올 상반기 민간주택 공급량이 당초 목표의 30%를 밑도는 등 수급 문제가 불거지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번에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예상치 못했던 발언으로 분양가상한제 폐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스웨덴을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는 아파트가 너무 고급화돼 있다"며 "불필요한 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분양 단가가 자꾸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분양가 상한제 "말로만 폐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무산되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는 당초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주택법 개정안을 심의. 통과해 3월부터 시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민생법안에 계속 밀려 지금까지 결정이 안 났다. 국해위는 아직 확실한 일정을 잡지 못했지만 조만간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열어 소위에 계류돼 있는 주택법 개정안을 심의할 방침이다.



시행이 시급한 법안의 경우 여야가 합의하면 상임위 소위(국해위 법안심사소위원회)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등을 열어 2주일 만에 통과시킬 수도 있다. 국토부는 당초 주택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민간택지에 한해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는 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임시국회가 25일 만료돼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데다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4월 임시국회 때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당론으로 정하고도 법사위 상정조차 못했다.

이 대통령의 고분양가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사실상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정부는 건설경기나 주택수급보다는 집값 안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아파트 내장·마감재 수준을 낮추더라도 우선 싼 값에 분양할 것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상한제아파트 줄줄이 분양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서울 등 수도권 민간택지에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 아파트가 잇따라 공급된다. 서울 성동구 영등포구 중랑구, 경기 수원시 등 아파트 입지 여건도 좋다. 현대건설 롯데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내놓는 물량도 많다.

현대건설은 오는 9월 서울 광진구 광장동 427 일대 한국화이자부지에 '현대힐스테이트' 아파트 총 455가구를 선보인다. 지하 3층, 지상 4∼25층 5개동 규모로 82∼158㎡ 주택형으로 이뤄져 있다. 한강이 가깝고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현대건설은 주변 시세와 비슷한 수준에 분양가를 책정할 계획이다. 중소형 물량은 시세보다 싼 값에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중도금 60%는 이자후불제를 적용할 방침이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건설사인 엠코는 10월쯤 중랑구 상봉동 73-10 일대에 '프리미어스 엠코' 주상복합아파트 473가구를 일반분양할 예정이다. 공급 주택형은 100~232㎡. 중앙선 망우역과 지하철 7호선 상봉역이 가깝다.

롯데건설과 우림건설은 연내 양천구 신정뉴타운에 아파트 총 783가구(일반분양 32가구)를 공급한다. 롯데건설은 동대문구 용두동(일반분양 107가구)과 용산구 효창동(일반분양 65가구) 재개발 구역에도 상한제 아파트를 내놓는다. 한양은 금천구 독산동, 대성산업은 동대문구 이문동에 각각 아파트를 선보인다.

◆상한제 폐지 논의 중 분양 잇따르는 이유는

그동안 건설업계는 주택사업 시기를 늦추며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경기 침체로 분양률이 시원치 않은 상황에서 분양가상한제까지 적용되면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담은 법안이 국회 상정돼 있는 시점에 일부 건설사들이 아파트 분양을 단행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현재 분양시장 상황에선 상한제가 폐지되더라도 분양가를 높여 수익을 낼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인천 청라 송도 아파트 등에 청약 인파가 몰린 것은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싸기 때문이다. 주변 시세와 비교해 분양가가 싸지 않으면 인기를 장담할 수 없는 현실이다.

금융비용 상승도 건설사들이 더 이상 분양을 미루지 못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들 사업은 3∼4년 전부터 추진하던 것으로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사업을 미루면서 이미 적지 않은 자금이 투입됐다. 사업자금의 대부분을 은행 대출로 마련한 만큼 사업이 지연될수록 건설사의 비용 부담이 커진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다지만 정치 경제 여건상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될 가능성은 희박하지 않냐"며 "기약 없는 법안 통과를 기다리기보다는 분양시장 분위기가 조금이라도 살아났을 때 분양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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