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동맹' 깨진 김포, 분양가 안싸다

머니위크 이재경 기자 2009.07.2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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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시작부터 삐걱거리는 김포 한강신도시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의 넓은 평야 한복판에 자리 잡은 견본주택 단지.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분양하는 건설사들이 지어놓은 5채의 견본주택이 으리으리한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입구에서부터 우남퍼스트빌, 우미린 아파트의 견본주택이 있고 그 뒤쪽으로는 현대성우오스타, 화성파크드림, KCC스위첸 아파트가 버티고 섰다.



이렇게 견본주택들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소비자들은 '원스톱 쇼핑'의 기대감을 높여왔다. '합동분양'을 한다는 발표도 이어졌다.

실제로 합동분양을 한다며 별도의 홈페이지를 만들고 각 건설사들의 소개도 같은 비중으로 다루고 있었다.



그런데 합동분양은 없었다. 합동분양 홈페이지 역시 업데이트하지 않은 채 무용지물이 됐다.
'분양동맹' 깨진 김포, 분양가 안싸다


◆살기 위해 '각자 분양' 선택?

우남건설의 우남퍼스트빌 견본주택에는 '7월20일 모델하우스 폐관 예정'이라는 현수막만 덩그러니 걸려있었다. 지난해 9월 이미 분양을 실시했기 때문.

올해 합동분양에서 가장 먼저 치고 나온 것은 우미건설의 우미린 아파트다. 지난 6월 1번 타자로 분양했다. 나름대로 선점효과를 노린 듯하다.


따라서 남은 세곳은 성우종합건설의 현대성우오스타 아파트, 화성산업의 화성파크드림 아파트, KCC건설의 KCC스위첸 아파트다.

이 가운데 현대성우오스타는 분양을 또 연기했다. 견본주택도 8월에 문을 연다면서 문을 걸어놓은 채 방문객을 받지 않는 상태였다. 성우종건은 프로젝트파이낸스(PF) 등 여러 어려움을 겪으면서 분양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7월 분양을 함께 하는 곳은 화성파크드림과 KCC스위첸이지만 이 두곳마저도 분양일정에 차이를 보였다.

KCC스위첸은 15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20일(3순위)까지 청약을 받았으며 화성파크드림은 7월21일 1순위 청약을 접수했다.

이미 6월 분양을 했던 우미건설의 우미린 견본주택에서는 오히려 청라지구의 우미린 아파트 분양을 홍보하고 있었다. 견본주택의 절반은 청라지구 우미린 아파트로 꾸며놓았다.



청라지구 우미린 아파트는 7월16일(1순위)부터 청약접수를 실시했다. 청약일정만 보면 6월 한강신도시 분양을 미리 마치고 7월에는 청라지구에서 한강신도시의 다른 아파트들과 경쟁하는 듯 보인다.

다만 한쪽에서는 한강신도시 우미린 아파트의 남은 미분양 물량에 대해 접수를 받고 있었다.

한 분양업체 관계자는 "우미건설이 치고 나오면서 합동분양은 이미 깨진 것"이라며 "정확한 내부 사정은 알 수 없지만 각자 사는 길을 택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분양가, 그래도 높다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분양하는 업체들이 강조하는 것은 '낮은 분양가'다. 분양가상한제의 적용을 받는데다 주변의 다른 아파트들보다도 분양가가 저렴하다는 설명이다.

KCC스위첸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895만원이며 최고가가 905만원으로 10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화성파크드림 역시 3.3㎡당 940만원에서 970만원대다. 이에 앞서 분양한 우미린 아파트는 3.3㎡당 평균 1041만원이었다.



그런데 KCC스위첸의 경우 전용 59㎡의 소형주택형으로 구성된 것을 고려하면 저렴하다고 보기만은 어려운 측면이 있다. KCC스위첸 아파트는 2억413만~2억2681만원에 분양하고 있다.

이에 비해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 전원마을(월드4차2단지) 전용 59㎡형은 1억625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KCC스위첸 아파트는 기존 아파트에 비해 최고 6000만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것.

게다가 KCC스위첸 아파트는 발코니 확장비용을 494만원에서부터 678만원까지 책정하고 있어 확장에 따른 가격 차이는 더 벌어진다.



화성파크드림 아파트 역시 예외는 아니다. 화성파크드림 아파트는 전용 85㎡형으로 3억1210만~3억2210만원에 분양한다. 여기에 발코니 확장비용은 최대 1300만원선이다.

김포시 장기동의 고창마을신영지웰 전용 85㎡가 2억9000만원, 장기동 청송마을(현대2단지) 전용 84㎡가 2억7750만원 등에 거래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낮지 않은 가격이다.

분양 중인 한 업체의 관계자는 "기존 아파트는 분양한 지 시간이 꽤 지났고 지금 분양 중인 아파트는 입지가 더 좋다"며 "업체 입장에서는 분양가를 낮추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고 말했다.



◆수요층 흡입력 적은 것이 한계

한강신도시는 수요층을 끌어들일 흡입력이 적다는 것이 가장 큰 맹점으로 꼽히고 있다.

현장에서 만나본 방문객들은 거의 김포지역 주민들이었다. 실제로 견본주택 방명록에 남긴 주소도 거의 김포 또는 인근이 주소지였다. 결국 방문객은 주로 실수요층으로 타 지역의 방문객이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강신도시 인근에는 검단신도시가 자리하고 있고, 멀지 않은 곳에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가 위치하고 있다. 강을 건너면 일산신도시가, 그 옆에는 덕이지구 식사지구 및 파주 교하신도시가 버티고 있다.

따라서 인근의 수요가 다른 곳을 제치고 한강신도시로 유입될 확률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앞으로 대규모 분양이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변수다. 공급물량이 적체돼 있어 수요가 그만큼 따라 줄지는 지켜봐야 한다.



한 은행의 부동산전문 PB팀장은 "한강신도시에는 아파트 45개 블록, 연립 13개 블록을 조성하게 되는데 앞으로 수많은 물량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며 "인천, 부천, 서울 강서, 일산 등의 수요가 아직은 들어오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주변의 수요를 어느 정도 끌어오지 않으면 김포 내의 수요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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