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속 뛰는 집값' 4년전 악몽 재연?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이새누리 기자 2009.07.17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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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 낮은 금리, 심상찮은 집값 2005년 하반기 '닮은꼴'

"경기회복이 불확실한데도 꿈틀거리는 집값은 2005년 하반기와 닮았습니다."

강남지역 일부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뛰는 가운데 최근 경제정책 운용에서 2005년 당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년 전 경제가 어려웠는데도 집값이 뛰었다. 하지만 당국은 경기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로 금리조정 등 근원적 처방을 미룬 채 세금 중과 등 사후대응에 쩔쩔매다 미시적인 대응에 그쳤다.

최근에도 국지적이긴 하지만 강남 등의 재건축·고가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등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일각에선 '초인플레이션'(하이퍼 인플레이션)의 전조라고 경고하지만 미증유의 경제위기라는 인식 때문에 금리조정을 통한 근원적 처방은 위험하다는 의견이 일단 대세론처럼 인식되고 있다.



◇'낮은 금리-심상찮은 집값'…4년 전 데자뷔=2005년 하반기와 2009년 하반기는 4년의 간극이 있지만 집값과 금리만을 놓고 본다면 유사점이 많다.

카드사태 충격 등으로 2004년부터 지속돼온 내수침체와 설비·건설투자 부진은 2005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2004년 소비재판매는 연중 내내 감소했고 건설수주도 두자릿수나 줄면서 고용시장을 얼어붙게 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2004년 8월과 11월 각각 금리를 0.25%포인트 낮췄다. 3.25%까지 떨어진 금리는 2005년 10월까지 1년여간 지속됐다.

자본유출(미국보다 높은 금리수준 유지)과 국내 집값 급등에 대한 우려로 금리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는데도 확실한 경기회복 조짐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 이 결론의 주된 근거였다.

일각에서 인상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정부를 중심으로 금리인상은 성급하다는 의견을 계속 피력했다. 한은 주변에서도 인상 목소리가 나왔지만 대세를 이루지는 못했다.


저금리 등으로 빚어진 집값 급등에 대해 정부는 세제정책으로 대응했다. 정부가 내놓은 것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강화, 재건축 규제 등을 골자로 한 8·31대책이었다.

한은이 3.25%에서 다시 금리를 올린 것은 2005년 10월부터다. 2~3개월 간격으로 0.25%포인트씩 끌어올려 2006년 8월부터 4.5%가 됐다. 경기저점은 2006년 1분기라는 사후판정이 나왔지만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자탄도 한은 주변에서 나왔다. 같은 기간 집값은 계속 올라 2005년과 2006년 연간 아파트값 상승률(국민은행 자료)은 각각 5.9%, 13.8%에 달했고 서울지역 아파트는 9.1%, 24.1%나 뛰었다.

◇'집값이냐 경기냐'…금리인상 멀었다=최근에도 2월 이후 5개월째 기준금리 2%가 유지되고 있다. 강남지역 등으로 국한되긴 하지만 집값 급등에 대한 경계감도 제기된다.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확대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를 부채질하고 있다.

금융계 고위관계자는 "2분기 이후 바닥을 서서히 벗어나면서 집값 등 물가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 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확실한 회복신호를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대세를 이룬다"며 2005년과 최근 상황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정부는 서서히 바닥을 벗어나고 있는 것은 맞다고 보지만 성급한 회복론과 거리를 두고 있다. 경기회복은 착시현상이라는 진단까지 내놓았다. 금리인상 불가론으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금융전문가들은 2005년과 최근 상황에 유사점도 있지만 현재는 차이점에 주목할 시점이라는 진단을 내놓는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이코노미스트)은 "2005년에는 내수부진과 달리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등 국내적인 문제가 많았지만 현재는 글로벌 위기상황"이라며 "현재 불안한 집값도 일부 지역에 국한되는 등 아직은 경기회복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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