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에 맡길까?" 계산 바쁜 재건축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장시복 기자 2009.07.2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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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등의 정비사업을 공공주도로 추진하는 '공공관리자제도'의 적용 사업장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추진하면서 시내 각 현장마다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무엇보다 이 제도는 구역지정전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다. 때문에 일부 사업장의 경우 연내 구역지정을 받기 위해 서둘고 있다. 반면 공공관리제도를 선호하는 비상대책위원회와 일부 조합원들은 현재 진행 중인 절차를 모두 중단하고 공공관리를 받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구역지정을 서두르려는 조합과 공공관리자제도의 우산 속으로 들어가려는 비대위 또는 일부 조합원들의 입장은 극명하다. 우선 서둘러 구역지정을 받으려는 조합의 경우 공공관리제도로 인해 개발이익이 급격하게 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반분양분을 통해 거둬들인 개발이익으로 분담금을 줄일 수 있는 현재 구조에서 공공관리제를 통한 분양가의 강제적 인하는 사업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공관리자가 사업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조합 업무에 대해 조합원 의견임을 빌미로 간섭하거나 독단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경계를 표하고 있다.

서울 고덕동의 한 추진위 관계자는 "(서울시가)투명성을 강조하고 분양가 1억원 인하를 내걸면서 일부 조합원이 찬성하고 있지만, 투명성을 보장할 장치도 불분명한데다 그동안 SH공사가 지은 아파트를 보면 품질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한 강남권 추진위 관계자는 "상당수 추진위 위원장들은 서울시가 SH공사의 밥그릇을 보장해주기 위해 이 제도를 만든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여름철 비수기임에도 불구, 시공사를 선정하려는 사업장이 예상외로 늘고 있다. 조합추진위 인가는 났지만 구역지정이 아직 안된 사업장은 구역지정을 서두르고 있다. 건설업계는 추진위 인가 이후 아직까지 구역지정이 안된 사업장이 줄잡아 100여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이번 제도를 환영 측에선 시행 때까지 사업을 늦춰야 한다며 총회를 무산시키거나 절차를 지연시키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제도가 시행되면 조합원 분담금이 큰 폭으로 줄어들 뿐 아니라 기존 집행부를 견제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 장위뉴타운 4구역에선 이미 시공사까지 선정했지만, "사업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9구역에서는 비대위가 제도가 도입되는 연말 이후에 시공사를 선정하자고 주장, 총회가 연기됐다.

영등포 신길뉴타운 15구역도 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과의 갈등을 봉합하고 사업추진 속도를 높이다가 공공관리자제도 도입 방침이 나오면서 다시 혼선을 빚고 있다. 가재울뉴타운 4구역의 경우 감정평가액이 제때 고지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리처분계획 취소 소송을 제기한 주민들이 제도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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