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예를 한가지 더 들어볼까요? 자가 운전하시는 분들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 전쟁에 시달리실 겁니다. 그런데 여러분의 자가용 운전 자체가 다른 사람에게는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앞에서 말씀드린 외부불경제에 해당됩니다.
여기에서 캥거루와 소의 차이점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소 엉뚱해 보이지만 죄악세와 관련이 있어서 소개해드립니다. 캥거루는 풀을 뜯어 먹는 데도 위 속에 특별한 박테리아가 있어 풀을 소화시키고도 메탄가스를 방출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소입니다. 소는 풀을 소화시킨 후 트림이나 방귀를 통해 메탄가스를 대기 중으로 내보냅니다. 그런데 메탄가스를 지구온난화를 초래하는 대표적 기체이고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20배나 크다고 합니다. 특히 소의 방귀는 둘째 치고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메탄가스의 20%는 소의 트림에서 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참 웃지 못 할 얘기지만 소의 트림과 방귀가 지구 온도를 높이고 있으니 소를 많이 키우는 나라들의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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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는 특별한 성분의 복합 영양소를 활용해서 소의 소화능력을 키움으로써 메탄 발생량을 줄였다고 합니다. 에스토니아는 한 발 더 나아가 올해부터 소에 죄악세 성격의 방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으며 덴마크도 이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뉴질랜드 정부는 가축 방귀세를 농가에 물리려 했다가 농민들의 반발로 백지화한 적이 있습니다. 이 정도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지 아시겠지요.
우리나라의 경우 농촌진흥청 집계를 보면 풀 사료를 많이 먹는 젖소 한 마리가 방출하는 온실가스 양은 일년에 2만 KM를 달리는 소형차가 내뿜는 온실가스 양과 동일하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러니 머지않아 방귀세 부과 등을 통해 가축의 메탄가스 발생량을 줄이라는 국제적 압력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대로 죄악세는 외부불경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자는 선의의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주세와 담배세 논란에서처럼 서민층의 부담이 무거워지는 측면이 있는 데다 죄악세 부과가 해당 상품의 소비량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번에는 잠잠해졌지만 소의 방귀로 인한 온난화 같은 문제가 존재하는 한 죄악세 논란은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