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방귀와 트림에도 죄악세?

최남수 MTN 보도본부장 MTN기자 2009.07.1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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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세상 그리고 우리는]

술과 담배에 세금을 더 무겁게 물리자는 이른바 죄악세를 놓고 한동안 논란이 일었습니다. 음주와 흡연 모두 암을 유발해 사회적 의료비용을 증가시키는 등 해악이 큰 만큼 세금을 크게 올려서라도 소비를 줄이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조세연구원에 의해 제기됐지만, 가뜩이나 생활고가 심한 서민에 대한 증세라는 반론이 제기된 데다 죄악세라는 이름 자체에 대한 반감 때문에 이번 논란은 수그러드는 분위깁니다.





하지만 이름이 종교적인 면이 있어서 그렇지 우리는 주변에서 죄악세 성격의 세금이나 부담금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죄악세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외부 불경제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사용됩니다. 여기에서 외부불경제가 공해나 소음과 같이 한 사람이나 한 기업의 행동이 다른 개인이나 기업에 손해를 주는 행위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공해나 오염을 줄이기 위한 환경오염 부담금 같은 게 죄악세에 해당됩니다. 술이나 담배가 아닌 환경오염을 예로 들어 드리니까 죄악세에 대한 거부감이 좀 덜해 지는것 같기도 합니다.

다른 예를 한가지 더 들어볼까요? 자가 운전하시는 분들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 전쟁에 시달리실 겁니다. 그런데 여러분의 자가용 운전 자체가 다른 사람에게는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앞에서 말씀드린 외부불경제에 해당됩니다.



내 차 내가 쓰고 이동하기 편리해서 좋은 데 뭐가 문제냐고 하실 분 계실 것입니다. 문제는 모두 들 이런 생각으로 차를 몰고 나오는 데 결국 차량이 내뿜는 매연으로 인한 공기오염과 교통체증이 다른 사람들에게 손해를 주고 사회적 비용을 불러 일으키지요. 나한테는 옳은 일인데 사회 전체적으로는 문제가 되는 구성의 오류같은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회 전체에 대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유류세나 도로 통행세 같은 것이 부과되는 데 이게 죄악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캥거루와 소의 차이점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소 엉뚱해 보이지만 죄악세와 관련이 있어서 소개해드립니다. 캥거루는 풀을 뜯어 먹는 데도 위 속에 특별한 박테리아가 있어 풀을 소화시키고도 메탄가스를 방출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소입니다. 소는 풀을 소화시킨 후 트림이나 방귀를 통해 메탄가스를 대기 중으로 내보냅니다. 그런데 메탄가스를 지구온난화를 초래하는 대표적 기체이고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20배나 크다고 합니다. 특히 소의 방귀는 둘째 치고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메탄가스의 20%는 소의 트림에서 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참 웃지 못 할 얘기지만 소의 트림과 방귀가 지구 온도를 높이고 있으니 소를 많이 키우는 나라들의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인도에서는 특별한 성분의 복합 영양소를 활용해서 소의 소화능력을 키움으로써 메탄 발생량을 줄였다고 합니다. 에스토니아는 한 발 더 나아가 올해부터 소에 죄악세 성격의 방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으며 덴마크도 이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뉴질랜드 정부는 가축 방귀세를 농가에 물리려 했다가 농민들의 반발로 백지화한 적이 있습니다. 이 정도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지 아시겠지요.

우리나라의 경우 농촌진흥청 집계를 보면 풀 사료를 많이 먹는 젖소 한 마리가 방출하는 온실가스 양은 일년에 2만 KM를 달리는 소형차가 내뿜는 온실가스 양과 동일하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러니 머지않아 방귀세 부과 등을 통해 가축의 메탄가스 발생량을 줄이라는 국제적 압력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대로 죄악세는 외부불경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자는 선의의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주세와 담배세 논란에서처럼 서민층의 부담이 무거워지는 측면이 있는 데다 죄악세 부과가 해당 상품의 소비량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번에는 잠잠해졌지만 소의 방귀로 인한 온난화 같은 문제가 존재하는 한 죄악세 논란은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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