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물리적 충돌 고조…본회의장 동시 점거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김지민 기자 2009.07.1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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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 임시국회 정상화 협상 다시 결렬…밤샘 동시농성 돌입

비정규직법, 미디어법 등 쟁점법안 처리를 놓고 충돌하고 있는 여야가 15일 사상 처음으로 국회 본회의장의 동시 농성에 들어가며 일촉즉발의 위기를 겪고 있다. '식물국회', '무능국회'에 이어 '폭력국회' 양상이 재연될 것이란 우려를 낳았다.

여야는 이날 레바논 파병연장 동의안과 국회 예결특위위원장 등 4개 위원회의 위원장 선출을 위해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었다. 여야는 지난 8일 원포인트 본회의 개최에 합의하며 안건 처리 뒤 신속하게 전원 본회의장에서 퇴장하기로 '신사협정'을 맺었다.



하지만 상대방을 믿지 못하는 불신감 때문에 여야는 동시에 '본회의장 농성'에 돌입했다. 여야 의원 80여명은 김형오 국회의장의 본회의 산회 선포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뜨지 않았다. 민주당은 여당의 비정규직법과 미디어법 등 쟁점법안의 직권상정을 견제했다. 다만 양당 모두 의장석 점거를 시도하지 않아 직접적인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안상수 한나라당,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원포인트 본회의 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만나 6월 임시국회 정상화 문제를 협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 원내대표는 미디어법 처리에 대한 반대를 거듭 밝히며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대정부 질문, 상임위 활동 등을 위해 4주간 회기를 연장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안 원내대표는 새로운 임시회 소집 요구는 미디어법 처리 지연을 위한 전술에 불과하다며 회기내 표결처리를 촉구했다.



급기야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민주당에 "방 빼라"고 요구했다. 윤 대변인은 "민주당의 국회등원은 국회 본회의장 밖의 돗자리를 치워 본회의장에 드러눕는 국민 우롱, 국민 기만의 사기극"이라며 "민주당은 혼란과 갈등을 조장하는 악성 바이러스만 퍼뜨리고 있는 좀비 세력"이라고 비판했다.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기습적인 날치기 처리가 예상되기 때문에 본회의장에 있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기습 날치기 처리를 하지 않겠다는 확실한 선언을 하면 언제든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당은 의원들을 계속 본회의장에 머물게 하며 대치양상을 이어갔다. 두 당 모두 비상대기령을 유지한 채 조 편성을 하는 등 농성 장기화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50여명씩 3개조로 나눠 이날부터 매일 1개조가 밤샘 농성을 벌이기로 했다. 민주당도 20여명씩 3개조로 나눠 농성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회 안팎에서는 지난 연말연초와 2월 임시국회에 이어 3차 '입법전쟁'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국회는 이날 오전 본회의에서 레바논 동명부대 파병연장 동의안을 처리했다. 245명의 의원이 투표에 참석해 221명이 찬성, 10명이 반대, 기권 14명으로 가결시켰다. 동의안은 동레바논 남부지역에서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임무를 수행 중인 동명부대의 파병 기간이 오는 18일 만료돼 파병 기간을 1년 6개월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는 또 신임 국회 운영위원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장에 각각 한나라당 안상수, 심재철 의원을 선출했다. 또 윤리특위위원장에는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 교육과학기술위원장에는 이종걸 민주당 의원을 각각 선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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