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은서 21.8조 빌려 재정 조기집행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9.07.1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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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통합계정 17조·공공자금 관리기금 4.8조
-이자비용만 500억원
-하반기 추가 차입 없이 전액 상환 계획

정부가 재정의 조기집행을 위해 상반기에만 한국은행에서 21조8000억원을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6월말 기준으로 정부가 통합계정을 통해 한은에서 차입한 자금규모는 17조원으로 사상 최대다. 공공자금 관리기금을 통해 차입한 4조8000억원을 포함하면 상반기에만 21조8000억원을 한은에서 빌렸다.

여기에 지난해 양곡관리 특별회계를 통해 차입한 1조1000억원까지 합치면 현재 정부가 한은에서 빌린 차입금 잔액은 총 22조9000억원이다.



정부, 한은서 21.8조 빌려 재정 조기집행


정부는 세입·세출의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통합계정, 공공자금 관리기금, 양곡관리 특별회계 등을 통해 한은자금을 차입하고 있다. 특히 통합계정은 우체국보험·기업특별회계를 제외한 일반회계 및 12개 기타특별회계에 적용되는 계정으로 재정지출 대부분이 이 계정을 통해 이뤄진다.

지난해 정부는 통합계정을 통해 한은에서 한 푼도 빌리지 않았다. 이월금이 많았기 때문이다. 2007년과 2006년에는 각각 2조원, 10조8000억원으로 차입금 규모가 크지 않았다. 2005년에는 연간 총 28조원을 빌렸지만 연중 잔액이 17조원에 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한은에서 대규모 자금을 빌린 것은 재정 조기집행 때문이다. 걷히는 세금은 예년과 큰 차이가 없는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지출을 대폭 늘리려니 돈을 빌릴 수밖에 없었던 것.


지난 4월말까지 총 국세는 63조4970억원이 걷혔다. 이는 올해 걷을 국세 164조원의 38.7%로 과거 5년 평균 38.1%보다 0.6%포인트 높은 수치다.

반면 6월말까지 정부는 주요사업비로 167조1000억원을 썼다. 이는 올해 집행예정액 257조7000억원의 64.8%에 달하는 수치로 상반기 집행계획 156조1000억원을 11조원이나 초과한 수치다. 여기에 추경 예산안까지 포함하면 정부는 상반기에만 171조5000억원의 재정을 풀었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통합계정의 한은 차입한도를 15조원에서 20조원으로 늘린 것도 재정 조기집행에 대비한 조치다. 올해 통합계정을 포함해 총 한은 차입한도는 32조3000억원이다.

한은 차입이 크게 늘면서 이자비용도 급증했다. 정부는 한은차입으로 상반기에만 500억원이상을 이자로 지급했다.

양곡회계 특별회계를 제외한 한은 차입은 회계연도 내 모두 상환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하반기에 한은에서 신규로 돈을 빌리지 않고 세금과 국고채로 마련한 재원으로 차입금을 갚아나갈 계획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재정지출 규모가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한은에서 추가로 돈을 빌리는 일을 없을 것"이라며 "연내에 차입금을 상환하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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