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하반기 행보 '정부와 발맞추기'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권화순 기자, 정진우 기자 2009.07.15 08:25
글자크기

"서민-중소기업 지원 최선", 대출기관 인센티브 필요

주택담보대출에 주력해온 은행들이 중소기업 및 서민금융 지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실물경제 활성화 정책에 보조를 맞추겠다는 취지이자 '부동산대출 쏠림현상'의 반작용으로 해석된다. 중소기업 및 가계대출은 그러나 연체율이 개선되기 전에는 급격히 높아지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부실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만만치 않아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장들은 전날 진동수 금융위원장과 간담회에서 "하반기에는 주택대출보다 서민금융과 중소기업 지원에 주력하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이 자리에서 "하반기 내실경영을 바탕으로 경제취약 계층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기진 광주은행장은 "최근 전남지역 공장가동률이 개선되는 등 기업들의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며 "녹색산업을 중심으로 지역 중소기업 지원을 보다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정원 국민은행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 김정태 하나은행장 등도 같은 뜻을 내비쳤다. 이는 서민경제 활성화라는 정부정책에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나 은행들의 자산포트폴리오 관리와도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은행들은 그간 주택담보대출을 지나치게 늘렸다는 판단에 따라 하반기 자산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선 상황이다.



신한은행은 올 상반기 1조9000억원 늘어난 주택대출을 하반기에는 현 수준에서 3000억원가량 줄일 계획이다. 농협 역시 상반기의 절반 수준으로 주택대출을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 및 가계 신용대출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하반기 중소기업 및 서민들의 대출여건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변수는 연체율이다. 은행의 중소기업 연체율은 지난 4월말 2.59%에서 5월말 2.57%로 소폭 호전됐으나 낮은 수준이 아니다.

은행들이 최근 내실경영을 우선과제로 정하고 조직 및 성과체계 재편에 착수했다는 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영업점 성과평가(KPI)체계에서 연체관리 비중을 높였다. 하나은행 역시 내실경영을 위해 순이자마진(NIM) 및 연체율 관리를 우선목표로 하고 있다.


결국 은행들이 서민경제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서려면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용보증기금을 통한 중소기업 신용보강 및 저신용자 지원책을 비롯해 서민대출채권 유동화를 활성화하는 방안 등이 뒤따르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장들은 전날 열린 간담회에서도 이를 건의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민경제 지원이 필요하지만 부실 가능성을 안고 대출해줄 수는 없는 일 아니냐"며 "정부가 금융기관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