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대란, 부정적 네트워크효과의 전형

최남수 MTN 보도본부장 2009.07.1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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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세상 그리고 우리는]

최근 국내 주요 웹사이트에 대한 Ddos, 즉 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이 계속되면서 사이버 대란이 벌어졌습니다. 사이버 테러의 집중 공격대상이 된 웹사이트들에는 일시적 장애 현상이 빚어졌고 악성코드에 감염돼 데이터가 손상된 PC도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신종 플루 확산에 이은 이번 사이버 대란은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계가 얼마나 질병 발생이나 사이버 공격에 취약한 지를 잘 보여준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오늘은 이같은 일들을 염두에 두면서 이른바 네트효과라고 하는 현상에 대해 같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네트워크 효과란 한 마디로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록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더 많은 이익이나 혜택을 보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몇 가지 들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주요 포탈사이트인 네이버가 제공하는 지식인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실 겁니다. 본인이 궁금해하는 점을 다른 이용자들에게 물어보면 짧은 시간에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는 잇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용자가 많을 수록 정답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고 시간이 짧아지겠지요.

최휘영 전 NHN사장이 한 강연에서 재미있는 사례를 얘기하더군요. 새벽 시간에 한 이용자가 집에서 가까운 맛있는 족발집을 소개해달라는 질문을 올렸는데 짧은 시간에 이용자 간에 문답이 오가더니 결국 ‘족발 방금 배달됐습니다’라는 문장을 끝으로 상황이 종결됐다는 겁니다. 이게 바로 네트워크 효과입니다. 많은 이용자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시스템을 만든 것입니다.

네트워크 효과는 상품의 성장이나 소멸같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혹시 기억이 나실 지 모르겠습니다만 VCR, 즉 비디오카세트 리코더가 출시될 당시 두가지 제품이 있었지요.


소니가 주축이 된 컨소시엄이 만든 베타와 JVC가 제조한 VHS였습니다. 외견상으로 이 두 제품의 경쟁에서는 소니의 베타가 유리해보였습니다. 여러 측면에서 베타가 성능이 좋았습니다. 다만 가격이 비싼 게 흠이었습니다. 소니로선 고가의 우량 제품으로 시장을 확보하는 차별화 전략을 쓰겠다는 생각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 가격차이가 네트워크 효과와 맞물리면서 소니에 재앙을 가져다줍니다. 소비자들이 가격이 싼 VHS를 선호하면서 VHS 사용자가 급속하게 늘어났습니다. 시장이 이렇게 변화되자 점점 더 많은 비디오 제작업체들이 VHS에서만 볼 수 있는 비디오를 만들어 냅니다. 결과는 VHS의 완승이었습니다. 소니는 눈물을 머금고 베타를 시장에서 철수시키게 됩니다. 과거의 일이지만 소니가 네트워크 효과를 염두에 두었다면 다른 가격 정책을 썼을 것이고 비디오 시장의 판도는 달라졌을지 모릅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대로 네트워크 효과는 그 이용자에게는 많은 도움을 가져다줍니다. 예컨대 엑셀 이용자가 많아지다 보니까 엑셀 사용에 대한 책이 발간돼 초보자가 쉽게 배울 수 있는 길도 열리고 사용하다 문제가 생기면 다른 사람에게 물어 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사이버 테러는 이 같은 네트워크가 악의를 가진 사용자의 공격에 얼마나 취약한 지를 잘 보여줬습니다.

지난해 하반기에 본격화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는 어떻습니까? 미국의 주택을 담보로 한 금융상품이 전 세계 네트워크를 통해 금융기관들에게 팔려나갔지요. 다른 나라의 금융기관들은 돈을 빌린 미국 가계의 소득이나 채무 상태도 모르고 이 금융상품을 샀습니다. 그런데 주택가격 급락으로 대출이 부실화되면서 대부분 위기의 덫에 걸려든 겁니다.
모두 네트워크 효과가 가져다 준 부정적 여파에 휩쓸린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더기 무섭다고 장을 담그지 않을 수는 없는 법. 우리 생활의 큰 축이 된 네트워크를 역류하는 건 이제는 불가능한 상황이 됐습니다. 네트워크가 가져다 주는 긍정적 효과가 국내외 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인프라가 됐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네트워크를 사이버 테러집단이나 비이성적 판단으로부터 지켜내 효율성과 건강성을 유지해나가는 게 우리에게 과제로 남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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