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금호家형제들 40분 '짧은 만남'

화성(경기)=기성훈 기자 2009.07.1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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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정구 회장 7주기 추모식서 박삼구·박찬구 회장 만나

13일 오전, 비온 뒤 개인 경기 화성시 팔탄면 기천리의 하늘엔 여전히 구름이 남아있었다.

이날 오전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을 비롯한 회장단과 각 계열사 사장단들이 차례로 모여들었다. 박삼구 회장의 바로 윗형이자 선임회장이었던 고 박정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7주기 추모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추모행사에는 박 회장을 비롯해 박 회장의 동생인 박찬구 금호그룹 화학부문 회장, 고인의 부인 김형일 여사와 아들 박철완 씨 등 유가족과 지인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추모식은 오전 10시에 시작됐는데 박 회장은 9시 35분경 선영에 도착했으며, 박찬구 회장은 이보다 20여 분 뒤 아들 박준경 금호타이어 부장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박찬구 회장은 매우 수척해보였으며 조용히 행사장으로 향했다.

추모식은 매년 열리는 행사지만 올해에는 그룹이 역경을 맞고 있는 터라 분위기가 매우 무거웠다. 어렵게 얻은 대우건설 (3,700원 ▼20 -0.54%)을 다시 매각해야만 하는 상황, 최근 오너 일가의 지분 변화 등이 재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박찬구 회장과 박준경 부장은 최근 보유 중이던 금호산업 지분을 모두 팔고 금호석유 (146,500원 ▼2,500 -1.68%)화학 지분을 18.20%로 늘렸다.

현재 그룹 경영책임을 맡고 있는 박삼구 회장의 금호석화 지분은 5.30%로 변동이 없었고, 아들인 박세창 상무만 4.71%에서 6.47%로 지분을 더 사들였다. 고 박정구 회장의 장남인 박철완 아시아나항공 부장도 10.01%에서 11.76%로 늘렸다.

이에 따라 과거 박삼구·박찬구 회장과 조카 박철완 부장이 각각 10.1%씩 금호석화의 주식을 보유하는 이른바 '황금 비율'이 깨졌다. 최근 지분 변동과 관련, 인수합병 실패에 따른 형제 갈등설 등이 제기되기도 했다. 오너 일가의 지분변동은 박찬구 회장측이 박삼구 회장 측에 대해 대우건설 인수 실패의 책임을 추궁한다는 소문과 맞물리기도 했다.


형이 동생에게 그룹경영권을 물려주는 '아름다운 승계'의 전통을 갖고 있는 금호에게 뼈아픈 풍문이었다. 맏형인 고 박성용 회장이 둘째인 고 박정구 회장에게 65세에 승계했고, 공교롭게도 박정구 회장이 65세에 타계해 셋째인 박삼구 회장에게 승계한 바 있다. 이런 과정에서 일체의 잡음이 나지 않아 재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박삼구 회장(64)과 박찬구 회장(61)의 이날 만남은 이런 이유로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행사에 참여한 한 지인에 따르면 두 회장은 제사 시작 직후까지 일정 거리를 둔 채 별 다른 대화가 없었으며 박삼구 회장은 시종일관 밝지 않은 표정이었다고 한다.

행사 직후 금호그룹 사장들도 "두 회장님이 특별히 오래 말씀을 나누지 않았다"고 전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오늘 자리는 가족들끼리 모여 조용히 고인을 추모하는 자리였다"면서 "특별히 대화를 나눌 만한 자리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추모식이 끝난 10시 30분경 박찬구 회장과 그의 아들은 제일 먼저 선영을 떠났다. 10여 분 뒤 박삼구 회장이 자리를 뜨고 추모식에 참여했던 이들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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