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애호가 "반갑다! 한-EU FTA 타결"

머니투데이 원종태 기자 2009.07.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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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관세' 폐지로 칠레산과 가격 비슷해질 듯

와인 애호가 "반갑다! 한-EU FTA 타결"


평소 와인을 즐겨 마시는 직장인 김연화씨(가명, 36세)는 한-EU FTA 타결 소식이 누구보다 반갑다. 와인 매니아로 가격이 비싼 프랑스와인을 저렴한 가격에 마실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번 한-EU FTA 타결로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EU산 와인에 붙는 15% 관세가 철폐돼 가격인하 효과가 클 전망이다.

실제 김씨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칠레 와인인 몬테스알파(4만7000원) 대신 프랑스 와인 라피트 레전드 메독(6만4000원)을 즐겨 찾을 생각이다. 종전에는 가격차가 1만7000원 정도로 부담스러웠지만 관세 만큼 가격인하가 이뤄진다면 수천 원대로 가격차가 좁혀진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EU FTA 타결로 국내 와인시장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EU산 와인 관세는 제품가격의 15%로 즉각 철폐 대상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개별협상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에는 관세 철폐로 가격인하 수혜를 누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위스키 시장은 관세 철폐 수혜가 미미할 전망이다. 위스키 관세는 20% 수준인데 3년간 매년 7%씩 시차를 두고 단계적으로 철폐되는데다 위스키 업체의 가격인하 의지도 낮기 때문이다.



국내 와인업계는 프랑스산 와인이 약진할 것으로 본다. 지난 2003년 한 칠레 FTA 타결 당시 칠레 와인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2003년 7%에서 2008년 18%로 급증한 바 있다. 가격경쟁력이 높은 칠레 와인을 앞 다퉈 수입했기 때문이다.

나라식품 신성호 마케팅 본부장은 "이번 한-EU FTA 타결은 프랑스 와인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며 저변이 확대될 것"이라며 "중저가 프랑스 와인이 칠레와인 점유율을 많이 뺏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고가 와인 수입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10만원을 훌쩍 넘는 그랑크뤼 등급 와인을 한결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샤또 딸보 2006 빈티지의 경우 현재 11만 원대이지만 관세 철폐시 9만 원대에 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등 신흥국 와인도 수입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LG상사 트윈와인 김수한 대표는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와인은 국내 점유율 10위권에 들지만 이제까지 성장세는 뚜렷하지 않았다"며 "FTA 타결을 계기로 프랑스 이외 유럽국가 와인 수입이 더욱 늘 것"이라고 했다.

와인업계 내부적인 변화도 예상된다. 관세철폐 이후 가격경쟁력이 뛰어난 대형 수입업체가 득세할 수 있는 반면 중소형 수입업체들은 상대적으로 고전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프랑스 희귀와인이나 빈티지가 좋은 와인만을 대량 구매하는 등 특화된 와인 수입업체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전문분야를 두지 못한 중소형업체들은 빠르게 구조 조정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위스키 시장은 한-EU FTA 타결 수혜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위스키 업계 관계자는 "위스키 관세는 와인과 달리 단계적으로 철폐하기 때문에 수혜가 폭발적이지 않을 것"이라며 "20% 관세가 3년간 매년 7%씩 없어지기 때문에 가격인하 효과도 미미할 것"이라고 했다. 위스키업계 관계자들은 "관세 철폐에도 불구, 가격인하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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