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쿼리식 비즈니스의 한계

더벨 박준식 기자 2009.07.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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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딜 잇단 고배…SOC 사업 줄어 '슬럼프'

이 기사는 07월10일(08:3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한국 시장에서 지난해까지 파죽지세로 영업을 확장하던 맥쿼리의 실적이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호주계 투자은행으로 미국 및 유럽계와 국내파 사이의 장점만을 모아 성공가도를 달렸던 맥쿼리가 소포모어 징크스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우선 M&A 자문 업무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맥쿼리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MBK파트너스의 C&M 케이블 인수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한통운 인수 △LS전선의 미국 수페리어에식스 등의 빅딜을 성사시켜 JP모건, 골드만삭스 등을 제치고 자문 실적(완료 기준) 1위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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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수임 건수가 줄더니 최근 빅딜에서는 아예 이름이 거론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수임한 한국렌탈 딜은 후보 모집에 실패해 유찰됐고 급기야 고객사인 대한전선은 자문 계약을 해지했다. 대한전선은 이후 직접 매각에 나섰고 약 두달 만인 이 달 초 JKL파트너스와 수의계약 방식의 매각에 성공했다.

올 초 지식경제부 산하의 가스공사와 광물공사가 진행한 해외자원개발 자문사 선정전에서도 어려움은 이어졌다.



맥쿼리는 메릴린치 등 쟁쟁한 경쟁자를 의식해 상대방의 절반에 불과한 150만 달러의 파격적인 수수료를 제시하며 덤핑 공세를 펼쳤지만 두 입찰 모두 고배를 마시는 수모를 겪었다.

올해 상반기 실적은 긴 슬럼프를 여실히 보여준다. 맥쿼리는 560억원 규모의 스마트로 인수 자문 1건 만을 성공시켜 M&A 대표 자문사 순위에서 발표기준 12위, 완료 기준 17위에 그쳤다. 4180억원 규모의 SK E&S 지분 49% 거래 실적이 있지만 경영권 매각이 아니어서 기타 M&A 거래에 포함되는데 그쳤다.

경쟁사들은 냉소적이다. 그동안 맥쿼리의 실적이 과장된 것이었다는 지적이다. 맥쿼리가 펀드를 만들어 진행하는 딜에 주관사 실적까지 덧붙여졌기 때문에 자문팀의 역량보다 실적이 부풀려진 점을 꼬집는다. 최근 실적에선 C&M 인수와 SK E&S 매각 정도가 대표적이다.



맥쿼리가 BTL(Build Transfer Lease) 방식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로 큰 수익을 올려왔는데 최근 딜이 사라진 것도 실적 저하 요인으로 거론된다.

정부는 도로나 다리 등을 건설하기 위해 사용되던 이 방식의 민간 사업자 확보를 중단했다. BTL은 민간사업자가 재원을 조달해 설계 및 시공을 하고 국가에 임대하는 방식으로 투자비 회수가 안정적이고 사업 리스크가 없다.

맥쿼리는 관련 인력을 늘렸다가 금융위기 여파로 일감이 줄자 업계 내에서도 화제가 될 정도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상당수 인력이 미국계 IB보다 파격적이라는 인센티브 제도를 믿고 둥지를 틀었다가 낭패를 봤다.



맥쿼리는 전열을 정비하기 위해 올 초 ABN암로를 이끌던 윤경희 대표를 기업금융부문 회장으로 영입했다. 윤 회장은 베어링브러더스와 ING증권 등을 거친 국내 IB 1세대의 대표격 인사. 그는 함께 일했던 인재들을 불러 모아 조직 재건을 도모하고 있다.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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