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시장]비정규직 문제, 정규적으로 해결하자

정기동 변호사 2009.07.13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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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시장]비정규직 문제, 정규적으로 해결하자


기간제(期間制) 근로자,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 현재 최대의 사회적 쟁점이 되어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법률적 명칭이다.

정규직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다. 근로계약의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근로자는 언제든지 근로계약을 해지하고 퇴직할 수 있지만 사용자는 해고할 정당한 이유가 있지 않는 이상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 이와 달리 기간제 근로자는 근로계약 기간이 끝나면 별도의 해고 조치도 필요 없이 근로관계가 소멸한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가장 큰 문제는 고용 불안이다. 계약기간이 끝난 뒤 사용자가 자신을 다시 고용한다는 보장이 없다. 사용자는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 쓰고 필요 없을 때 쓰지 않으면 그만이다. 고용의 유연성이 확보되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러한 비정규직의 고용불안과 정규직과의 차별 해소의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2006년 말에 제정된 비정규직법, 즉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다.



비정규직의 사용기간을 최대 2년으로 제한하고 2년을 초과할 경우 그때부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이른바 무기(無期) 계약직 또는 정규직 근로자로 간주된다.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해고할 수 없게 되어 고용이 보장되는 것이다.

비정규직법은 사회적 논의를 거쳐 탄생되었다.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의 주도로 노?사?정이 함께 이끌어낸 결론이었다. 당시에도 비정규직의 사용기간을 제한할 것이 아니라 사용사유를 제한하여야 한다는 반론이 있었지만, 중요한 사회적 쟁점에 대하여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낸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만한 것이었다. 물론 국회에서도 여야 합의로 통과되었다.

2년의 고용기간이 끝난 뒤 숙련 근로자의 필요 때문에 해고 제한의 부담을 안고서도 정규직화할지는 기업이 결정할 몫이다. 정부의 몫은 입법취지를 살려 기업의 정규직 전환을 독려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작 노동부의 해법은 법 개정을 통한 비정규직 사용기간의 연장이었다. 법 시행 2년이 되는 올 7월이 되면 실업대란이 발생한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정규직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준비는 뒷전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 바탕에 있는 정부의 고용 유연성 확대 정책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5월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노동 유연성 문제는 금년 연말까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국정 최대 과제"라고 했으며 지난 2일 재벌총수와 대기업 대표가 참석한 제3차 민관합동회의에서는 "근본적인 것은 고용의 유연성"이라며 "국회가 적절한 기간을 연장하고 그 기간에 근본적 해결책을 세워야 한다"고 하였다.

정부의 입장이 이러니 공기업이 앞장 서 비정규직을 내치고, 단계적으로 정규직 전환에 나서던 기업들도 되돌아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윤창출이 최고의 목표인 기업의 CEO에게는 고용의 유연성 확보가 근본적이고 최우선의 과제가 될 수 있겠지만, 대통령은 더 이상 CEO가 아니다. 대통령이 고용의 유연성을 강조하면서 임금과 복리후생에서 비정규직의 차별 축소와 실업자를 위한 사회안전망의 확충에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CEO의 대통령이 될지는 몰라도 국민의 대통령이 되기는 어렵지 않은가.

한 가지 더.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노동계의 합의가 안 되면 법안 상정을 않겠다는 민주당 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에게 "그런 말은 세계적으로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하였다. 그 사실 여부는 차치하고 정부와 여당이 세계적으로 들어본 적이 있는 일들만 해온 것은 아니지 않는가.

비정규직법의 제정 과정과 사안의 폭발력에 비추어 사회적 합의를 거치는 것이 순서다. 그것이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고 근본적 해결책으로 다가가는 길이다. 아울러 비정규직의 복지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고민하여야 한다. 비정규직이라 하여 문제해결도 비정규적으로 해서야 안 될 일이다. 정규적으로 해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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