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게임, 승자와 패자는?

최남수 MTN 보도본부장 2009.07.0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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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세상 그리고 우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경제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디플레이션이었습니다. 극심한 수요 부진으로 기업들의 경영난이 심각해지고 실업자 수도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경제에 비상등이 켜지자 각국 정부는 일단 돈을 쏟아 붓는 방식으로 경기부양에 힘써왔습니다.

덕분에 경기는 더 이상 나빠지지는 않는 모습이지만 이제는 많이 풀린 돈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각국 정부가 적절한 시점에 돈을 걷어 들이는 출구전략을 쓰겠지만 경기회복 과정에 인플레이션이 통과의례처럼 수반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은 경제 전반에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 낸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디플레이션은 대부분의 경제 주체들에게 큰 상처를 입힙니다.



자산 가격이 곤두박질하고 금융부실도 확대되고 기업매출도, 일자리도 모두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대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어떤 사람은 이익을 보고 다른 사람을 손해를 봅니다.

이 점을 설명 드리기 위해 먼저 명목가치와 실질가치, 이 두가지의 차이점에 대해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명목가치는 말 그대로 현재의 돈으로 표시된 금전적 가치입니다.

이달 회사에서 받는 월급이 3백만 원이라든가 은행 대출금리가 6%라든가 하는 건 바로 명목가치를 말하는 겁니다. 이에 비해 실질 가치는 물가가 오른 만큼을 공제해 돈의 실제 값어치를 표시한 겁니다. 월급이 지난해와 올해 똑같이 3백만 원이라고 해도 그 사이에 물가가 3% 올랐다면 그만큼 물건을 적게 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실질급여는 3백만 원이 되지 못하는 원리입니다.


#CG(수식 명목가치-물가상승률=실질가치)

여기에서 말씀 드린대로 실질가치는 명목가치에서 물가상승률을 빼면 구해집니다.이 명목과 실질가치의 차이가 바로 인플레이션의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 냅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여러분이 7억짜리 집을 사기 위해 3억 원을 은행에서 고정 금리 연 6%로 3년 동안 빌렸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3년 사이에 물가가 5% 올랐다고 가정하겠습니다.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입니까? 돈을 빌린 여러분이 승자이고 은행이 패자이지요. 여러분은 6% 고정금리로 돈을 빌렸지만 물가가 올라 그만큼 이자 부담이 가벼워진 것이지요.
거기다가 그 기간 중 집값이 올랐으니 그만큼 이익을 본 것이지요. 반대로 은행은 6% 이자를 내내 받았지만 물가 상승률을 뺀 실자이자율은 낮아져 손해를 본 겁니다.

그래서 물가 상승이 예상되면 차입자는 고정금리로 빌리는 것이 유리하고 은행은 일정 기간마다 금리 수준을 조정할 수 있는 변동금리가 바람직한 겁니다.

정부나 기업이 발행한 채권의 경우도 생각해보겠습니다. 정부나 기업은 일반적으로 일정 기간을 만기로 해서 채권을 발행해 시장에 내다 팜으로써 필요한 자본을 조달하고 그 기간 동안에 정기적으로 정해진 이자를 지급합니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습니다. 어떤 일이 생기게 됩니까?

상황은 앞에서 말씀드린 은행대출과 유사합니다. 물가가 오른 만큼 실질 이자나 원금 부담이 낮아져 돈을 빌린 정부나 기업이 이익을 보고 이 채권을 산 투자자가 손해를 봅니다. 빚 부담이 큰 정부가 돈을 많이 찍어내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려는 유혹을 받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인플레이션이 차입자를 승자로 만드는 길임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임금 협상 당사자인 근로자와 사용자도 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승자와 패자로 갈립니다. 통상 노사는 그해의 물가 상승률 예상치를 임금인상률에 반영합니다. 그런데 물가가 실제로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르면 근로자가 패자가 됩니다. 실질 구매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물가가 덜 오르면 사용자가 패자가 됩니다. 물가 상승분보다 임금을 더 올려줬기 때문이지요.

시청자 여러분, 지금까지 말씀 드린 대로 인플레이션은 승자와 패자를 동시에 만들어 냅니다.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승자가 될 수도 있고 패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예감되시면 승자가 되는 전략을 잘 찾아나가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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