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해명만 하는 철도공단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2009.07.0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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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해명만 하는 철도공단


"토요일 아침부터 웬 해명자료지?"

지난 4일 토요일의 여유로운 아침을 즐기던 기자에게 '불청객' 이메일이 한 통 들어왔다. 신문 제작이 없는 날인데도 오전8시30분쯤 한국철도시설공단의 보도자료가 들어온 것. 전날 방영된 TV 탐사보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대한 해명이었다. 이 방송은 '경부 고속철 2단계 침목균열'의 남겨진 의혹에 대해 다뤘다.

공단 측은 "몇 년 전부터 특정 업체 등에서 언론·국회·감사원에 집요하게 의혹을 제기한 사항들로, 일방의 주장을 강조 보도해 국민들에게 불신과 우려를 초래했다"며 A4용지 6페이지 분량의 긴 해명 내용을 구구절절 담았다.



이렇게 철도공단은 일단 자신들의 문제점과 의혹에 대한 보도가 나오면 반응이 유독 기민한 편이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철도공단이 '해명 자료' 하나는 빠르다", "철도해명공단 아니냐"는 농섞인 평가가 나오곤 한다.

그런데 이 우스개 소리에는 사후약방문식으로 '근원적 처방'이 아닌 '땜질식 처방'을 하고 있는 철도공단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겼다. 이렇게 민첩한 해명에 나설 정도의 노력이었다면 진작부터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경부고속철 침목균열 논란 이후에도 철도공단은 계속 시끄러웠다. 철도공단이 부실감리업체인 줄 알면서도 감리를 맡겨 논란이 일었으며, 경의선 개통 직전까지 1000여개의 선로가 기준치에 미달하는 것으로 드러나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또 최근 일어난 타워크레인 붕괴사고도 철도공단의 감독 부실과 안전 대책 미흡에 따른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말 그대로 '문제투성이'인 셈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남 탓'과 '해명'으로 일관하는 철도공단의 자세다. 합동조사단 발표 당시에도 조현용 철도공단 이사장은 언론과 정치권 등에 아쉬움을 털어놨다. 그는 "언론이 '쓰나미'식으로 보도하며 자신들의 입장을 듣지 않은 채 일방적인 보도를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실상 경부고속철 보도가 터져 나올 당시 철도공단 홍보 실무진은 '해명자료'라는 일방적인 반응만 보이고, 쌍방향 소통의 의지를 보이지 않아 의혹이 더욱 커졌다는 게 대다수 취재진의 평가다.


그나마 다행인건 최근 철도공단이 기존 대전 홍보실 뿐 아니라 서울에도 대외협력실을 마련해 국민과 소통하려는 의지를 보였다는 것이다. 소통과 함께 근본적인 문제점이 무엇인지 반성하고 개선해 나가는 강력한 의지를 보일 때 국민들로부터 더욱 인정받는 철도공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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