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이야기는 제가 당사자중 한 명이기에 좀 압니다. 1998년인가 화이자사가 맨해튼 팬스테이션인근 본사로 한국 특파원들을 초청했습니다. 시판에 들어간 비아그라가 선풍적 인기를 끌고있는 한국 시장에 대한 특별 배려였습니다.
# 최근 논란이 일고있는 이름 영문표기 표준안에 사례로 오른 두 해외파 스포츠 스타가 있습니다. 동향에 동성인 박찬호와 박세리인데, 같은 성을 두고 박찬호는 ‘Park’으로, 박세리는 ‘Pak’으로 서로 달리 영문 표기합니다. 왜 그럴까. 이를 두고 남자는 ‘알(r)’이 있기 때문이라는 시중 우스갯소리도 전해집니다.
#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자신의 이름을 '리승만'으로 고집하며 성을 영문으로 'Rhee'로 표기했습니다.
그 즈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애수' 등 추억의 명화를 통해 여우 비비안 리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던 일부 이씨 아저씨들은 자신의 성을 비비안 리를 본따 'Leigh'로 썼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영문 관광책자에 빠지지 않는 성웅 이순신 장군은 'Yi'이고, 현 우리 대통령은 'Lee' 입니다. 전주, 경주 본에 따른 차이는 아닐 것입니다.
# 비단 한국인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미국인 자신들도 출신지역에 따라 같은 알파벳 철자라도 발음은 각기 달리합니다. 때문에 자신의 이름을 어떻게 발음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다반사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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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대통령이 된 로널드 레이건도 한동안 자신의 이름이 리건으로 혼동되자 레이건이라고 기자회견에서 선언한 일화도 있습니다. 특히 북, 동유럽계 이름은 현지인들 조차 헷갈리기 일쑤입니다. 테니스 코트를 제패했던 비욘 보리(Borg)의 경기를 중계하던 미국 캐스터들은 그를 '보르그'로 지칭하는 일이 일상이었습니다. 그는 스웨덴 출신입니다.
# 혀에 익숙한 외래어가 오히려 장애가 될 때가 많습니다. 뉴욕 택시를 타고 '록펠러센터' 외쳤다가 낭패본 일은 이제 사례축에도 못 끼는 예가 됐습니다. '라커펠러' 정도 발음해야 하는거죠.
영국식, 미국식 혼재된 우리 외래어 표기도 실수하기 딱 알맞습니다. 일전 시카고 인근 제니스(Zenith) 본사 근처에서 제니스사를 못 찾아 헤맨 적이 있습니다. 아무리 제니스를 물어도 돌아오는 것은 '웟(what?)'이라는 답변뿐이었습니다. 결국 현지 발음이 지나스와 지너스 중간쯤 된다는 것을 알고 얼마나 허탈했던지...
아마 일본인들이 우리보다 영어에 약한 이유중 하나도 그들의 설익은 외래어 때문일 것입니다. 미국 현지에 가서 백날 '마구도날도' 해봤자 프렌치 프라이 한 조각 먹기 힘들 것입니다.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떻습니까. 발음이 다르다고 그 이름이 지닌 본성마저 없어지나요. 제 이름이 규격화, 획일화된다는 것이 더 끔찍할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