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필자는 경제단체의 고위 임원과 오찬을 한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그 임원은 아직 확정되지는 않은 아이디어임을 전제로 재계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 총수들뿐만 아니라 대기업 임원들이 급여의 일정액을 사회공헌자금으로 출연하는 방안을 추진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필자도 아주 좋은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재계가 아직 이 일을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지만 ‘존경받는 기업’을 만들기 위한 고민의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고 본다.
이 대통령의 재산 헌납은 형식적으로는 국민과 약속한 사항을 실천에 옮기는 것으로 새로운 얘기가 아니라는 평가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실천은 부인할 수 없이 위대한 부자의 아름다운 선행이다. 그 동안 支流 형태로 이뤄져 온 ‘존경받는 부자 만들기’ 움직임을 한국 사회의 本流的 이슈로 끌어 올리는 큰 발걸음이다. 일반인으로서는 수십만 원을 기부하기도 쉽지 않은 데 자신이 피땀 흘려 평생 모은 거액의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사회로 회귀시키는 건 대승적 결단이다.
대통령의 재산 헌납에서 역사적 족적을 남기고 간 존경받는 부자들의 삶을 떠올리게 된다.
세계부자의 대명사로 불리는 ‘석유왕’ 록펠러. 그는 다른 한편으론 세계 최대의 자선 사업가였다. 한 가지 사례. 대공황 당시 그는 본업보다는 공황의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데 주력한다. 공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미국정부에 1억 달러를 빌려 주고 파산자들에게 6백만 달러를 대출해 준다.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을 돕는 勸分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 그는 말한다. “하나님이 주신 재능으로 나는 원도 없이 많은 돈을 벌었다. 이제 나는 양심의 지시에 따라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이 돈을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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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회의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마스시타 고노스케의 一言도 맥락을 같이한다. “타인을 위해 봉사하고 사회를 위해 봉사하자. 스스로 타인을 지탱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보자. 그렇게 되면 세상은 더욱 평안하고 따뜻해질 것이다.”
이 대통령의 결단은 ‘따뜻한 자본주의’를 구호의 단계에서 구체적 실행의 단계로 현실화시켰다는 큰 의미가 있다. 월가에서 시작된 경제위기로 자본주의의 정체성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지금 또 다른 위대한 부자들의 화답을 통해 온정적 자본주의가 ‘새로운 한국사회의 길’로 자리잡기를 기대해본다.
다만 개인적 상속을 사실상 포기하고 대부분의 재산을 '사회적 상속'의 대상으로 삼으라는 식의 압박감이 행여 싹튼다면 이 또한 건전한 자본주의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존경받는 부의 축적과 사회공헌, 이 두 바퀴가 동시에 굴러야 사회가 바로 서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