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실적으로 또 한번 시장을 놀라게 했다. 전례 없는 '전망치' 발표라는 형식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조원을 훌쩍 넘어서는 이익 규모가 그랬다.
반도체, 액정표시화면(LCD) 가격이 오르고, TV, 휴대폰 등 주력 제품들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가능성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됐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이날 공개한 전망치는 그 이상이었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 호전은 TV와 휴대폰 등 제품(DMC) 부문이 주도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TV는 전반적인 수요가 예상보다 좋았고 발광다이오드(LED) TV 등 고가 프리미엄 제품이 선전해 이익이 크게 늘어났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LED TV는 출시 100일 만에 50만 대를 판매하는 등 순항했고, 전체 LCD TV 판매도 연간으로 올해 목표치 2200만 대를 크게 웃돌 전망이다. 최근 약진하고 있는 모니터 부문과 성수기를 맞은 에어컨 냉장고 등 생활가전도 호조를 보였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B2B용 모니터가 호조를 보였고 디지털간판(DID) 부문에서 2분기에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오르는 등 약진했다"며 "모니터 쪽 이익도 상당히 늘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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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등 정보통신부문도 1조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 시장 예상치를 1000억~2000억 원 정도 넘어섰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1조12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1분기와 비교하면 시장경쟁 심화에 따라 마케팅비 지출이 다소 늘었지만, 국내외 가릴 것 없이 터치폰 등 고가 주력제품들이 판매호조를 보이면서 대규모 영업이익을 이어갔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반도체와 LCD 등 부품(DS) 부문의 이익 규모도 시장 예상치를 웃돌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성인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LCD 단가가 6월에 크게 상승해 이 부문에서 이익이 예상보다 1000억 원 가량 더 나왔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승우 신영증권 IT팀장도 "반도체와 LCD도 단순 흑자전환 예상에서 흑자폭을 상향 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반도체와 LCD 부문의 경우 주력 제품들의 단가가 어느 정도 추정 가능한 만큼 이익 증가폭이 휴대폰 TV 등 제품 부문만큼 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반도체와 LCD는 지난 1분기에 합쳐서 9800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바 있어 흑자전환 만으로도 영업이익을 1분기에 비해 크게 끌어올리게 된다. 반도체와 LCD 가격이 2분기 중반 이후에도 상당 폭 올라 3분기 이후 실적은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특히 경기위축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시장 지배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한 게 실적호전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1992년부터 D램, 2002년부터 전체 LCD에서, 2003년부터는 플래시메모리에서, 2006년부터는 TV에서 전세계 1위를 유지해왔고, 휴대폰은 2007년부터 세계 2위(판매대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같은 시장 지배력 및 경쟁력 유지가 경기회복기에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가장 큰 수혜를 받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