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녹색채권'=1년짜리 비과세 은행채?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09.07.06 16:34
글자크기

'만기 3년 금리 1년' 이상한구조..稅혜택으로 손실보전

정부가 친환경 기업 육성을 위한 일환으로 '녹색 채권'에 대해 이자소득세를 면제시켜 주기로 했다. 하지만 3년 만기 채권을 발행하면서 금리는 3년이 아닌 1년짜리 채권을 기준으로 적용한다는 계획이어서 이자소득세 면제가 '조삼모사(朝三暮四)'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녹색 채권이 뭐지?= 정부가 말한 녹색 채권의 발행 주체는 녹색 기업이 아닌 은행이다.



은행이 채권을 발행해서 모은 자금으로 녹색 기업의 성장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녹색 채권을 산 투자자 입장에선 기업이 아닌 은행채에 투자하는 셈이다. 대신 녹색 채권에 투자할 경우 이자소득세(15.4%)를 면제해 준다.

그렇다면 수익률은 얼마일까? 녹색 채권의 만기는 3~5년이다. 그런데 정부는 만기 1년짜리 은행채 금리 수준을 수익률로 제시하고 있다. 현재 1년짜리 은행채 금리(3일 기준 민간평가사 평균금리)는 3.30%로 3년 만기 은행채 금리(4.94%)와 1.64%포인트 가량 차이 난다.



투자자는 이 격차만큼 손실을 보는 셈이다. 정부는 이를 이자소득세 면제로 메워준다는 방침인데 현재 장고단저의 금리기간구조에서는 비과세 녹색채권 금리가 3년짜리 은행채 세후수익률보다 낮다. 이자소득세 면제후 3년만기 은행채금리는 4%초반으로 1년짜리 은행채 금리 3.30%보다 높다.

그러므로 녹색 기업을 돕거나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회피 목적의 투자자가 아니라면 녹색 채권에 투자하기보다 3년 만기 은행채를 매입하는 편이 낫다. 물론 금리 기간구조가 단고장저로 바뀌면 메리트가 살지만 당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수익률 낮은 대신 세금혜택 보전=정부가 이렇게 이상해보이는 대책을 내놓은데는 고민이 있다. 은행이 낮은 이자로 자금을 끌어와야 좀 더 낮은 이자율로 녹색 기업에 대출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채권 애널리스트는 "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금리가 워낙 낮아진 상황이라 이자소득세 면제는 큰 매력이지만, 현재 논의되는 금리는 만기 3년짜리 채권 금리를 1년짜리로 주겠다는 것이어서 투자자 입장에선 별 차이점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한 관계자는 "만약 1년짜리 금리를 주고 세금 혜택을 받아도 3년짜리 채권에 투자하는 게 낫다면 투자자에게 금리를 더 줄 수도 있다"며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향후 시장상황을 봐 가며 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먼저 녹색 채권을 발행하는 걸로 가닥을 잡았고 이후 시중 은행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실제로 녹색 채권이 발행되려면 세법 개정을 해야 하고 녹색인증기업들도 선정이 된 이후여서 현재로선 큰 그림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