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의 '비틀즈 대박'

이건희 재테크 칼럼니스트 2009.07.1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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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의 행복한 투자]골동품, 미술, LP, 음반 투자의 세계

마이클 잭슨의 '비틀즈 대박'


군대에서 복무 중인 아들이 며칠 전 전화에서 대뜸 하는 말이 “아빠, 저 슬퍼요….” 무슨 안 좋은 일이 있나 싶어서 잠시 걱정이 되었는데, 그 뒤 이어지는 얘기에서는 마이클 잭슨의 사망 뉴스를 보았다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기록될 ‘팝의 황제’인 마이클 잭슨의 갑작스러운 사망이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팬들을 슬프게 만들었다는 보도의 내용이 저희 집에서도 확인되는 셈입니다. 마이클 잭슨 사망 소식의 슬픔에 이어서 언론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그의 재산, 빚, 유산 등 돈에 관련된 것입니다.

마이클 잭슨의 최대의 재테크는 자신의 노래를 통해서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통산 13곡을 빌보드 싱글차트 1위곡에 올렸고 그래미상은 19회나 수상하였습니다. Jackson Five그룹의 주력 멤버로 활동하면서 ‘ABC', ‘I'll be There’ 등을 비롯하여 수많은 대형 히트곡을 만들어냈으며 솔로로 독립해서도 역사상 상업적으로 최고로 성공하는 아티스트로 자리 매김하였습니다. 전설적인 흑인음악 프로듀서인 Quincy Jones를 만나서 첫 발표한 앨범인 'Off the Wall'은 1000만장 이상 팔렸고 1980년 미국 빌보드 어워드 최우수 흑인아티스트로 선정되었습니다. 87년에 내놓은 음반 'Bad'와 91년에 발표한 'Dangerous' 앨범도 각각 3000만장, 2000만장 넘게 팔리는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지금은 전설적인 음반이 된 'Thriller'에서는 'Beat It', 'Billie Jean'이 1위에 오르는 것을 포함하여, 수록된 9곡 중 7곡이나 빌보드 차트 10위내에 올랐습니다. 'Thiller' 앨범은 무려 37주 동안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였고 전 세계적으로 1억400만장이 팔렸습니다. 1985년에는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으로 기록되었습니다. 'Billie Jean'을 부르면서 미끄러지듯 걷는 뒷걸음 댄스인 일명 '문워크(moon walk)'춤은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따라하였습니다. 화려한 복장, 격정적인 춤, 환상적인 무대 연출 등은 팝의 황제, 최고의 엔터테이너로서 완벽함을 보여주었습니다.

그가 자신의 노래를 통해서는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며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하였지만 자산관리 측면에서 보면 실패한 셈입니다. 초호화스러운 생활과 ‘네버랜드(Neverland)’에 대한 무리한 투자 등으로 결국 5억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 빚을 지게 된 것입니다. 캘리포니아주 샌타바버라에 소재한 11㎢의 대저택을 동화 피터팬에서 나오는 ‘이상의 섬’ 네버랜드와 같은 어린이 동산으로 만들려는 꿈이 재정적으로 발목을 잡고 만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2005년에는 아동성추행 혐의로 피소되어서 한해 2000만~3000만달러에 달하는 법정비용도 지불하였습니다.



마이클 잭슨은 인터넷 연예마케팅 회사인 할리우드티켓닷컴에 투자하고, 게임벤처 기업인 사이오넥스에 출자하는 등, 투자자로서 활동도 활발히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마이클 잭슨은 한국에 대한 투자에도 관심을 가졌던 적 있습니다. 생전에 우리나라를 모두 네번 방문하였는데 그 중 두번만이 공연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1996년 10월과 1999년 6월에만 잠실 주경기장에서 4만여 관중 앞에서 공연을 가졌던 것이고 1997년 11월에는 무주리조트 투자 협의차 방문한 것입니다. 무주리조트 숙소 탁상에는 자신의 초상화와 '무주를 사랑한다'는 메모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취임행사 차 한국에 방문했을 때에는 동아건설 소유의 인천매립지를 직접 둘러보고 입지여건과 개발가능성을 타진하였다는 보도도 있었고, 전북에서는 새만금갯벌을 보여주며 투자를 권유했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그는 30여년 동안 음반제작, 전속계약, 광고 등을 통해 30억~40억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초호화스러운 생활에 들어간 돈과 네버랜드에 쏟아 부은 돈으로 인하여 지금은 천문학적인 빚을 지고 있어서 유산으로 남겨질 것이 없지 않나하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빚보다 자산이 많다는 것이 밝혀져서 유산이 누구에게 가는지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습니다. 그의 자산 10억달러에는 자신의 노래에 대한 저작권과 비틀즈 노래 카탈로그 사용권 등이 주된 자산으로 포함됩니다.

그의 투자자로서의 성공적인 면모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크게 성공한 것은 1985년에 비틀즈의 히트곡 260곡에 대한 판권을 4500만달러에 사들인 것입니다. 그 뒤로 세월이 흐르면서 그 가치가 5억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이런 것을 통해서도 “투자란 자신이 잘 아는 것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다”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습니다.


미술에 관련된 투자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것에 반하여 음악에 관련된 투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습니다. 특정 미술품을 구입하여 소장하면 세월이 흐른 뒤 크게 값이 올라서 재테크 효과가 얻어질 수도 있듯이 음악에 대한 판권, 음반 등을 사들여서 나중에 재테크 효과가 얻어지는 경우도 있는 것입니다.

골동품이건, 미술이건, 음악이건, 자신이 매우 좋아하는 대상이라면 그에 관련된 것을 소유하는 것 자체가 정신적인 큰 만족감을 줍니다. 그러한 만족감을 추구하기 위하여 가족의 눈치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돈을 투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투자가 단순히 개인적인 취미와 성향에 부합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때로는 재테크 효과까지 얻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재테크 효과까지 겨냥하겠다면 좀 더 면밀한 분석과 판단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세월이 지나면서 가격이 크게 하락하는 현상이 보편적으로 나타납니다. 일반적으로 다른 많은 사람들도 투자하려고하는 대상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공급이 계속 이루어질 수 없어서 희소성이 유지되는 것으로서, 시간이 많이 흘러도 그 가치가 계속 인정받거나 올라간다면 가격도 크게 오를 수 있는 것입니다.

오래전에 제가 황학동의 벼룩시장을 지나다가 신중현 작곡의 어떤 LP 음반을 우연히 발견하고 반가워서 구입할 생각으로 얼마냐고 물었습니다. 그 음반은 옛날에 발매 당시 구입하여 가지고 있다가 어떤 사연으로 인하여 잃어버린 음반이었습니다. 아끼던 음반이기에 잃어버린 것이 속상하였는데 다시 중고물품시장에서 우연히 발견하고는 반가웠던 것입니다. 하지만 가격을 물어보니 터무니없이 비싸게 가격을 부르는 것 같아서 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다시 세월이 더 지난 다음에 후회를 하였습니다. 그 음반이 훨씬 더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락의 대부로 추앙받는 신중현 씨 작곡의 LP 음반 중 다수가 세월이 흐르면서 고가의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으며, 몇십만원에서부터 백만원까지도 호가가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2008년 12월1일~12월9일에 진행된 경매에서는 신중현 작ㆍ편곡집으로서 더맨의 보컬 ‘박광수’의 독집음반이 20만원에 경매가 시작되어 141만원에 낙찰 종료되었습니다. 지금의 물가를 기준으로 보지 말고 초기 발매 당시의 가격과 비교하면 수백배가 넘는 엄청난 가격인 셈입니다. 신중현 씨 초기 음악들은 서양 음악의 형태이면서도 한국적 정서를 담은 독특하고도 뛰어난 음악성으로 인하여 재평가 작업이 이루어지면서 가치가 더욱 높아졌습니다. 한때 몇몇 일본인들이 김정미 ‘NOW’를 비롯하여 신중현 관련 음반들을 싹쓸이 한다는 소문도 있었으며 그로 인해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1970년대 포크가수인 윤연선의 첫 독집이자 대표음반인 '평화의 날개'도 희귀앨범으로 151만원에 낙찰된 적도 있습니다. 서태지의 옛 앨범도 경매 사이트에서 수십 만원에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그외 김민기, 현경과영애, 휘닉스, 한대수, 김두수 등 60~70년대 여러 가수들의 앨범 중에서 고가에 호가가 이루어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대학생 작곡가들이 직접 노래를 불러 발표한 국내 최초의 프로젝트 옴니버스 음반인 ‘아름다운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들’, ‘맷돌 공연’, ‘참새를 태운 잠수함’도 한국의 포크명반으로 대접받아서 초기 발매된 것은 인터넷 경매에서 낙찰가격이 100만원을 훨씬 넘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어떤 음반컬렉터가 미국 경매사이트 이베이(ebay)에서 진행된 비틀즈의 화이트 앨범 경매에 참여하여 약 200만원을 써낸 적이 있습니다. 비틀즈가 앨범에 최초로 일련번호를 찍은 앨범으로서 6번째로 일련번호가 찍힌 앨범이 경매에 나온 것입니다. 그런데 그 앨범의 최종 낙찰가는 4억원 수준이었습니다. 음악칼럼니스트이자 희귀 음반 전문 컬렉터인 S씨가 몇년 전에 이탈리아에서 50만리라(당시 한화 26만원)에 구입한 희귀음반은 그 뒤 이베이에서 7배 가격인 1700달러(약 175만원)에 낙찰되었고, 1960~70년대 독일에서 3달러(3000원)에 사 온 음반은 90배에 달하는 가격인 270달러(27만원)에 팔렸습니다. 음악마니아들은 디지털화 되어있어서 점으로 끊어져있는 디지털 소리의 CD와는 달리 유선형으로 연결된 LP에서 특유의 맛을 느끼기도 합니다. 유럽 여러 국가에서도 CD가 아닌 LP에도 관심이 높다고 합니다. 독일의 전설적인 지휘자 빌헬름 푸르트벵글러가 바이로이트축제에서 실황 녹음한 베토벤 합창 교향곡은 100만원이 넘는 가격입니다.

LP가 더 이상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문화 역사의 산물이라는 의미에서 보아서도 과거 LP음반은 희소가치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음반 투자에서는 희소성이 있는 물건이라도 몇가지 유의해야할 점이 있는데, 우선은 음악성이 세월이 흐르면서도 사람들에게 계속 인정받아야 합니다. 또한 고가에 거래되던 것이라도 똑같은 음반을 다른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던 것들이 많이 남아 있다가 매물이 시중에 나오게 되면서 가격이 크게 하락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모든 중고품에 대한 투자가 그렇듯이 보전 상태가 가급적 괜찮아야 좋습니다.

음반만이 아니라 미술품 및 중고물품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는, 가격이 오르더라도 꾸준히 오르기보다는 오랜 세월 방치되어 있다가 어떤 시점에 급격히 올라가는 형태를 흔히 따릅니다. 그렇게 되는 소수의 물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은 가격이 하락하거나 존재가치를 소멸하게 됩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투자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자신이 마니아로서 보유하고 싶은 물품을 보유하고 있는 만족감이 클 때에 보유하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자동차마니아라면 자동차 컬렉터로서 매우 오래된 자동차를 잘 유지하면서 보유하는 것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그러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 자동차가 고가의 가치를 가지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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